그리스도안에서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 것이 우리의 정체성이라면, 우리의 정체성을 바로 아는 것이야 말로 우리를 대적하는 사단의 세력을 쫒아내는 핵심가치가 될 것이다. 모세의 지도력이 여호수아에게 이어졌고, 여호수아를 통해 펼쳐지는 가나안 입성 이야기는 우리의 영적 정체성을 재발견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했을 때, 그들은 도망자처럼 보였다. 왜냐하면 서둘러 이집트를 떠나야 했기에 그들은 마치 도망치듯 그 땅을 탈출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향해 모세는 여러가지 지침을 주었다. 빵을 구울 때도 이스트를 넣지 말것, 왜냐하면 누룩을 넣어 부푸는 시간 동안 기다릴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약속의 땅에 들어갈 때까지 주변의 어느 누구와도, 어느 이웃 나라와도 불필요한 분쟁을 만들지 말것, 분쟁으로 말미암아 시간이 지체하게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이스라엘 백성들을 출애굽시키고 40여년 동안 그들의 여정을 지도했던 모세였지만 그는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젖과 꿀이 흐르는 언약의 땅을 멀리 바라본 채 느보산에서 이스라엘 백성에세 고별설교를 한다. 이는 마치 40년 동안의 광야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을 향한 졸업설교와 같은 느낌이다. 보통의 대학 졸업식 연설이 미래를 향해 첫 걸음을 내딛는 젊은이들을 향한 당부와 도전의 메시지이듯, 모세 역시도 다음 역사를 향해 나갈 후손들에게 “강하고 담대하게, 또 적군을 두려워하지 말고 당당히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가라”고 당부했다(신 31).
여호수아의 지도하에 약속의 땅을 향해 전진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치뤄야하는 첫번째 전쟁은 여리고성을 정복하는 일이었다. 요단강을 건너 여리고성을 목전에 둔 이스라엘 백성들은 도망자처럼 출애굽했던 때와는 전혀 다른 전열을 갖춘 용맹한 군사처럼 보였다. 자신감이 있어 보였고, 더이상 적군에 대항에 두려움에 떨던 이들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이들은 하나님의 군대로서 분명한 목적의식이 있었고, 싸워야 하는 당위성이 있었기에 제 아무리 위대한 적군 앞에 선다 할 지라도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오합지졸같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잘 준비된 군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들의 “태도”에 있었다. 그들의 태도는 패자의 멘탈리티(loser’s mentality)에서 승자의 멘탈리티로 바뀌었고, 그들이 만약 적군에 대항해 싸우지 않으면 자신들이 적군에게 정복당하게 될 것이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깊이 새겼기에 그들은 전투적이었다.
“옛사람을 벗어버리고 오직 너희의 심령이 새롭게 되어 새사람을 입으라(엡 4:22-23)”는 에베소서의 말씀은 마치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우리에게도 새로운 도전을 주는 말씀이다. 심령이 새로워진다는 말의 영어표현에서는 “마음의 태도를 새롭게 가지라”고 되어 있는 것을 보며, 하나님 나라에 합당한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태도를 가지는 것이야 말로 하늘나라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의 원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렇다면 하나님 나라의 태도란 어떤 것일까? 그것은 거룩하지 못한 삶의 습관을 벗어버리고 그것들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우리의 삶에서 쫒아내는 것이다. 웨슬리의 말을 빌리자면 이는 “그리스도인의 완전”을 의미한다. 그리스도인의 완전은 도덕전 완전이 아니라 우리 마음의 순수한 동기를 가진 사랑 안에서의 완전을 말하는 것임을 잊어서도 안된다.
우리가 거듭난 그리스도인이라고 스스로 믿는다면, 성령으로 새롭게 된 우리이기에 거룩한 임무를 수행해야만 한다. 즉, 거룩한 삶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나가는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불평하는(complaintive)” 삶의 습관에서 “순응하는(compliant)”는 태도로 바뀔 수 있었던 것은 믿음때문이었다.
믿음(faith)이 충만할 때는 모든 상황에 기쁨과 감사할 수 있지만 두려움(fear)이 내 안에 가득할 때 우리는 불평하고 원망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은 “두려워 말고 믿기만 하라”는 지속적으로 말씀하셨다. 왜냐하면 이렇게 명령하시는 하나님은 우리의 인생을 저 하늘 끝에서 내려다보시고 인도하시는 분이시기에 그 말씀에 의지해서 나아가면 승리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네비게이션을 켜고 운전을 할 때, 우리는 목적지가 어디든 두려움 없이 찾아갈 수 있다. 하늘 위의 인공위성이 네이게이션을 통해 가장 빠르고 정확한 길로 우리를 안내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초월성은 우리의 삶의 반경과 한계를 넘어선 저 하늘 높이, 그 끝이기에 그분의 우리를 향한 관점은 언제나 옳다.
그 하나님을 의지하여 자신감있게 우리의 거룩한 삶을 방해하는 모든 요소에 대항하여 싸울 준비를 하자.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히 11:1)”이듯, 우리가 믿음을 가지고 우리의 일상을 유심히 살펴본다면 우리가 마땅히 버려야 할 습관, 쫒아 버려야 할 거룩하지 못한 삶의 모습이 보일 것이고, 또 그것을 쫒아낼 수 있는 능력도 우리에게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백성이 우리에게 보여준 그대로 말이다.
하나님의 기적은 우리의 믿음에서 시작되고, 기도하며 그에 합당한 행동을 행할 때 완성된다. 그러므로 자신감을 갖고 주님 앞에 서자. 그리고 당당하게 우리의 영적인 적군을 향해 거룩한 싸움을 싸우자.
2021.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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