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어김없이 하게 되는 연중 행사는 봄맞이 대청소이다. 겨울 내내 묵었던 먼지를 털어내고, 싱그러운 봄바람처럼 한 해를 새롭게 시작하려는 우리의 다짐과 설레임을 담아내는 일상의 한 부분이다. 봄맞이 대청소는 말그대로 대청소이다. 천장에서부터 바닥까지 구석구석 깨끗이 쓸어내고 닦아내는 일이다.
그렇다면 봄맞이 대청소를 한다고 생각하고 한 번 상상해보자. 가장 먼저 무엇을 할 것인가? 아마도 쓸 것과 버릴 것을 구별하여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는 것부터 시작일 것이다. 그리고 본격적인 청소를 시작할 때 “창문닦기”를 해야한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깨끗한 집을 말할 때 가장 중요한 영역은 바로 집창문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창문을 통해 밖을 보고, 창문을 통해 빛이 집 안으로 들어오기에 집안을 밝게 혹은 어둡게 하는 것도 창문의 청결함에 달려있다. 길을 걷다가도 상점의 쇼윈도를 통해 보이는 상품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하고, 또 우리의 시선을 외면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눈은 그리스도인들의 마음의 창이다. 예수님은 산상수훈에서 눈이야말로 영혼의 창이라고 말씀하셨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일반적인 비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이 영혼의 창이라는 사실을 믿는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결국 우리는 누군가의 눈을 보며 그가 누구인지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눈에 대한 두 가지 시선을 물에 비유하여 나눠보고 싶다. 스님들의 눈을 깊이 들여다본적이 있는가? 그들의 눈동자를 바라볼 때, 그 눈이 깊고 깨끗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마치 깊고 푸른 바다의 심연과 같이 끝이 없어보인다. 하지만 그 바다가 비록 맑고 깨끗하다 할지라도 우리는 그 속을 들여다 볼 수 없다. 그저 깨끗할뿐이다.
또 하나의 눈은 그리스도인들의 눈이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을 일반화시킬 순 없지만 개인적 경험에 의하면 어떤 그리스도인들의 눈을 보면 새벽별처럼 반짝인다고 느낄 때가 있다. 바닷물이 일렁이는 해변가에서 혹은 흐르는 강물의 끝자락에서 그 물속을 들여다보면, 어떨 때는 그 안에 팔딱팔딱 움직이는 작은 물고기들도 보이고, 잡초들도 보이고, 조약돌도 선명히 보인다. 속이 환히 비치는 깨끗한 물을 볼 때, 우리는 신선함과 기분좋은 느낌을 받게 된다.
모든 사람에게 눈이 있지만 각각의 눈이 가진 밝음의 정도는 다 다르다. 그리고 그들의 눈은 그들이 믿고, 그들이 어디에 속해있는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불교의 가르침 중 하나는 “비움”이다. 그들은 세상을 떠나, 세상에 속한 모든 것을 버리고-그것이 부모이고 자녀라 할지라도- “무”를 추구한다. 하지만 그리스도인들은 빛과 삶의 주관자이신 창조주 하나님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을 추구한다. 그러므로 빛되신 주님과 친밀해질수록 그 빛이 우리 안에서 더욱 빛나게 되는 것이다.
예수님이 하늘에 보화를 쌓으라고 말씀하실 때, 눈에 대한 비유와 두 주인을 섬기지 말 것을 동시에 말씀하셨다. “눈은 몸의 등불이니 그러므로 네 눈이 성하면 온 몸이 밝을 것이요 눈이 나쁘면 온 몸이 어두울 것이니 그러므로 네게 있는 빛이 어두우면 그 어둠이 얼마나 더하겠느냐 한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할 것이니.. 너희가 하나님가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느니라(마 6:22-24)”. 이 말씀에서 “눈이 성하다”는 표현이 NIV영어성경에는 “눈이 좋으면”으로 나왔지만, 보다 원문에 가까운 KJV영어성경에는 “눈의 초점이 흐리면(your eye be single)”로 나와있다. 이 말을 다시 풀이하면 초점이 흐려지지 않은 눈을 말한다. 즉 이 말씀은 눈의 초점이 잘 맞지 않으면 눈 앞의 사물이 잘 보이지 않듯, 그리스도인의 마음과 삶도 둘로 나뉘지 않고 하나의 초점으로 맞춰져야만 하나님의 빛을 오롯이 담아낼 수 있고, 또 사람들은 우리를 통해 그 빛을 볼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만약 그리스도인들이 두 마음을 품고 있다면 그들의 눈을 하나님의 빛을 온전히 채울 수 없게 된다.
성경은 분명히 말한다. “너희 몸은 너희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바 너희 가운데 계신 성령의 전일 줄을 알지 못하느냐 너희는 너희 자신의 것이 아니다(고전 6:19)”.
봄맞이 대청소를 하듯 우리의 마음을 점검하고 깨끗히 정돈해야 할 것 같다. 지금이 모든 의심을 내어버리고 우리의 구부러진 마음과 둘로 나뉜 마음을 하나로 곧게 하여 하나님의 빛 안으로 들어가야 할 때임을 기억하자. 성령님은 우리의 마음이 깨끗하지 않으면 절대 들어오실 수 없다. 우리의 내면을 주님의 영이 임할 공간으로 깨끗히 청소하고 정돈하기 위하여 그분 안에 거하자. 그러면 우리의 눈은 하나님의 거룩한 빛으로 밝게 빛날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우리의 눈을 볼 때마다 우리의 마음에 담긴 사랑과 기쁨, 그리고 천국의 빛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2021.05.31
@ photo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