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A-3. 선교사의 전인적 영성발달

선교사의 전인적 영성발달을 위해서는 인간 이해와 동시에 성령의 역사가 있어야 한다. 인간의 전인성은 인지적·정서적·행위적 영역으로 구분되며 성령도 세 가지 특성을 지닌다. 성령의 지적인 능력이 인간의 지성을, 성령의 감성적 능력이 인간의 감성을 그리고 성령의 의지적 능력이 인간의 의지를 발전시켜서 인간으로 하여금 전인적인 영성발달을 할 수 있도록 역사하신다. 그러므로 선교사는 성령의 능력이 없이는 전인적인 영성발달을 이룰 수 없다. 

특히 클라인벨(Howard Clinebell)은 고립된 “자기완성”이나 “자기실현”은 없으며 진정한 자기실현은 항상 자기초월을 내포한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고 이는 영성지도를 통한 하나님 경험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본 절에서는 전인적 영성발달의 각 영역을 세부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a. 인지적·정서적·의지적 영역

성서는 성령이 ‘말씀하신다’, 무엇을 ‘아신다’ 혹은 우리로 하여금 무엇을 ‘깨닫게 하신다’, ‘가르치신다’,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성령을 ‘진리의 영’, ‘지혜의 영’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성령의 지성적인 면을 나타내는 것이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함을 받았기 때문에 인간이 이성적이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이다. 하나님의 속성 중의 하나가 전지하심이기 때문에 그의 걸작인 인간은 지적인 존재이며 이성적인 존재이다. 그래서 인간은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사고함으로써 진리를 탐구하여 지성을 갖춘 인격으로 성장할 수 있다. 성령의 역사는 지각을 가진 인간의 이해를 바탕으로 나타나고 성서와 하나님의 역사를 이해하는데도 역시 인간의 인지능력이 필요하다. 

전인적 영성발달의 과정에서 정서적인 영역은 감성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으며 이 감성발달은 선교사의 영성발달과 자기표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오스왈드 센더스(Oswald Sanders)는 그리스도인을 세 가지 모습으로 분류하였다. 영적으로 성숙한 그리스도인, 영적으로 미성숙한 그리스도인, 그리고 퇴폐적인 그리스도인이다. 그가 주장하기를 이 세 부류의 그리스도인의 분류는 그들의 지적 정도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감성과 관계가 깊다는 것이다. 자기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감정의 흐름을 예민하게 파악하고 반응함으로서 하나님과의 관계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다니엘 골맨(Daniel Goleman)은 정서적 마음은 이성적 마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생각을 옮긴다고 했다. 중요한 일을 결정하여 행동으로 옮길 때에 정서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성서에 나오는 가치들은 감성과 깊은 관계를 가진다. 예수님께서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 가르치시고자 하는 주요 가치는 자비였고 예수께서 산상수훈에서 가르치신 팔복과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 역시 모두 하나님의 감성을 반영하고 있다. 자기의 감정을 건강하고 정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이 정서적 영역이야 말로 영성발달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뿐만 아니라 감정의 교류는 하나님과의 관계 및 인간관계를 건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 요소로 자리 잡혔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로운 감정의 교류는 하나님과의 영적 관계 및 인간관계를 증대시키며 친밀감도 증진시킨다. 하지만 전인적 영성발달을 균형잡힌 정삼각형이라고 가정했을 때 두 개의 꼭지점은 인지·정서 영역이고 나머지 하나의 꼭지점은 바로 의지적 영역이다.

이 영역은 행위 영역으로 그 표현을 대치시키고자 한다. 왜냐하면 행위영역이란 알고 느끼는 정신적 작용이 그 상태에 머무르지 않고 행동으로 옮겨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 행위 영역에서 영성발달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령의 역사가 있어야 한다. 성서는 성령이 ‘무엇을 원하신다,’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켜서 신앙을 가지게 하신다’, ‘성도를 인도하신다’, ‘신자들이 삶의 행위를 거룩하게 변화시키신다’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성령의 역사를 통하여 행동으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인류의 역사를 통해 성령의 임재가 강력히 나타난 곳에서는 회개와 부흥운동이 일어나 복음이 확산되었음을 볼 수 있다.

먼저 예수를 통해 이 영적 행위의 중요성을 살펴볼 수 있다. 누가복음의 저자인 누가는 사도행전의 첫 부분을 “데오빌로여 내가 먼저 쓴 글에는 무릇 예수의 행하시며 가르치기를 시작하심부터…”로 시작했다. 이 한 구절을 통해서도 그 동안의 예수의 행적이 어떠하였는지를 분명히 드러내주고 사복음서를 통해 그 말이 사실임을 증언해준다.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본다면 누가복음 10장에서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를 통하여 영적 행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선한 사마리아인은 예수를 상징하는 인물로 예수는 알고 느낀 바를 행동으로 옮기는 삶을 통하여 영성발달의 좋은 모델을 제시한다. 또 하나의 예로는 진리를 알기는 했지만 실천에 옮기지 않던 어떤 부자 청년을 들 수 있다. 그를 향하여 예수는 다음과 같이 권면하였다. “만약 네가 온전하여지기를 원한다면 가서 네 제물을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라(마 19:21)”. 여기서 “온전해진다(to be perfect)”는 말은 영성과 같은 개념이다. 만약 우리가 영성이 발달하기를 원한다면 행함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b. 전인성장과 전인적 영성발달

인간의 행동은 지성과 감정에 기초를 두고 있고 인간에 대한 성서적 개념은 인간을 전인적인 존재로 보는 것이다. 물론 인간을 영혼과 육신으로 분류하기도 하고 영혼과 정신과 육신으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이것은 전인적인 존재로서의 한 인간 속에 통합된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 인간의 정신과 육신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정신적 자극은 곧 육신적 반응으로 나타나는데 이런 원리를 정신과 육체의 반응이라고 한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으면 육신의 면역조직을 약화시켜서 육신이 병든다는 원리는 정신과 육신이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을 증명해준다. 이처럼 육신과 정신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원리에 첨가적으로 적용시킬 수 있는 원리는 육신과 정신에 더하여 영까지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전인적 존재인 인간이 전인적 영성발달을 이루어야 함은 자명하다. 

예수 그리스도 역시 전인적 존재로서 인지적·정서적·행위적 영역이 발달한 분이시다. 첫째, 예수 그리스도는 인지적 영역이 풍부하셨다. 누가복음 2장 52절에 “지혜가 자라간다”고 누가는 기록하고 있다. 둘째, 정서적 영역이 풍부하신 분이셨다. 예수 그리스도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경험이 많았고 병자들과 고아들을 긍휼히 여기셨다. 셋째, 예수 그리스도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행동을 하신 분이셨다. 그는 진리를 알고 느끼며 뜻을 정하여 행동하셨다. 바울도 데살로니가 교인들에게 온 영과 정신과 육신이 흠 없게 보전되기를 원하였다. 전인적 영성에 대한 이해와 그 관계성에 대한 논의가 이사야가 자기의 귀를 깨우쳐 학자같이 알아듣게 해달라고 고백한 것처럼 선교사로 하여금 자기돌봄을 해야한다는 깨달음의 고백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오늘날 수많은 사람이 감정적인 혼란과 정신적인 질병, 육체적인 질병으로 인한 고통 그리고 가정의 위기를 겪고 있으며 그러한 문제들은 일반적으로 감정적 갈등을 포함하는 종교적인 경험에 해당하는 문제들이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성장뿐만 아니라 개인을 둘러싼 관계와 속한 공동체의 성장이 이루어진다. 

성서에서 ‘영혼(spirit)’으로 번역되는 푸시케(pysche)라는 말은 인간의 신체적·정신적 측면으로부터 분리된 영적 차원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전인적인 실체 또는 통일체로서의 살아 있는 인간”을 말한다. 선교사를 위한 영성지도에 있어서 자기표현적 글쓰기는 글쓰기치료의 기법과 통찰을 활용하여 선교사의 전인적 치유를 돕고 심층적인 변화를 촉구하려는 시도이다. 선교사가 표현하는 다양한 문제들은 드러내고 싶지 않은 심각한 영적문제들을 직면하기를 거절하는 회피의 표현일 수 있다. 그러므로 선교사로 하여금 ‘성장’이라 과정을 통해 전인적인 자기발견과 발달이 이루어지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클라인벨은 개인보다는 인간관계에 초점을 두고 인간의 치유뿐만 아니라 문제의 예방과 정상적인 인간의 전인적인 성장에까지 관심을 둔 성장상담을 제창했다. 그는 인간의 전인성을 실현하는 길을 한 송이 꽃이 살고 성장하며 변화하는 과정으로 묘사함으로써 전인적 존재인 인간의 중심에는 영성이 있으며 이는 모든 성장과 발달의 중심에 위치한 것이라고 말한다. 

선교사의 전인적 영성발달은 클라인벨이 말하는 성장상담의 상호 의존적 여섯 차원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첫 번째 차원은 내적인 성장으로 지적 능력들을 비롯한 우리가 지닌 여러 국면의 인격 차원을 개발하는 것이며 두 번째 차원은 정신-신체의 온전함에 자각을 증대시키며 그것을 누리는 법을 배움으로써 몸에 생기를 회복시키는 것을 포함한다. 세 번째 차원은 인간관계의 갱신으로 친밀한 관계를 강화시키며 충실하게 하는 것으로 이는 사랑의 관계로의 참여이다. 네 번째 차원은 생물권과 관계된 성장으로 생태학적인 자각과 관심이다. 이 차원은 인간이 총체적인 자연환경과 인간과의 관계를 깊고 충실하게 하는 것을 포함한다. 다섯 번째 차원은 인간의 성장을 떠받쳐줄 수 있는 조직체들 및 사회제도들과의 관계를 향상시키며 그것들이 개선되도록 조력할 것을 포함한다. 마지막 여섯 번째 차원은 영적성장으로 이는 나머지 다섯 차원들을 가로지르고 있으며 그것들을 묶는 끈이다. 

영적 성장은 인간의 성장의 중심에 있으며 현실적인 희망·의미들·가치들·내적인 자유·신앙체계·절정의 경험들 및 하나님과의 관계 향상을 목표로 한다. 인간을 꽃피우는 열쇠는 모든 생명과 모든 치료와 모든 성장의 근원이신 하나님과의 개방적이고 신뢰적이며 양육적인 관계이다. 선교현장에서의 선교사의 삶은 이와 같은 여섯 가지 차원에서 상호 의존적이며 전인적인 성장과 발달을 이루어야 하며 이 모든 것을 포괄하는 영적 성장과 발달을 위해 영성지도를 바르게 이해하고 그 전통과 원리를 따라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선교사에게 있어서 영성은 자기의 정체성을 규명해주는 가장 중요하고도 고유한 영역이므로 전인적 영성을 발달시키기 위한 영성지도는 하나님과 진정한 만남을 갖게 하고 또 진정한 영적 성숙을 얻게 한다.

-다음 연재: 영성지도에 관한 이해

(본 연재는 본인의 논문을 정리한 것으로, 홈페이지의 기능적인 면에서 각주를 달 수 없기에 생략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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