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C-3. 자기표현적 글쓰기가 주는 유익과 회복

선교사들은 저마다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털어놓을 수 없고 또 스스로도 떠올리고 싶지 않은 심리적 상처 경험들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처 경험에는 성적인 학대·가정폭력·애정대상의 상실 등 뚜렷한 외상적 사건들도 포함되지만 관계에서 생기는 사소한 마찰이나 오해, 개인적 성취의 실패 등도 개인에 따라 고유한 상처 경험이 될 수 있다. 이 경험들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와 같은 심리적 장애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그 정도로 심하지 않은 경우라 해도 개인에게 적잖이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해결되지 않은 심리적 상처 경험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경향이 있어서 괴로움의 굴레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심한 심리적 상처 경험일수록 개인은 그와 관련된 정서가 고통스럽기 때문에 그 경험을 떠올려 적극적으로 생각하려고 하지 않는다. 

살로버리(Peter Salovery)에 말을 빌리자면, “그렇다고 심리적 상처 경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 경험과 관련된 생각이나 감정을 억제하거나 회피하는 것은 적절한 대처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보다는 상처 경험에 적극적으로 접근하여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것이 개인의 생활을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건강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상처경험을 털어놓는 것, 즉 고백이 필요하다. 애버크롬비(Barbara Abercrombie)의 고백을 들어보자.

때로는 나의 진짜 감정을 아는 것이 위험하게 느껴진다. 내 머리와 가슴의 안전한 영역 밖에 있는 감정을 인정함으로써 잠재의식의 걸쇠가 풀려 귀중한 비밀들이 새어나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나는 그런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 내가 필요로 하는 것,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해 더 이상 나 자신과 타인들을 속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내가 필요로 하는 것, 내가 원하는 것을 요구해야 할 수도 있다. 나는 실망스런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실망해야 할 수도 있다. 나는 실망할 것이다.

그러나 이은정과 조성호의 연구에 따르면 대인관계 맥락에서 행해지는 고백은 상대방으로부터 부정적 평가를 받게 되거나 상대방에게 공개된 정보를 악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한 위험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그 동안 숨겨져 온 것에 대한 고백은 상대방의 반응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더 많은 위험성을 갖게 된다. 선교사에게는 자기 고백의 노출에 대한 위험부담은 일반인이 상상하는 그 이상이기에 대상을 어떤 상대방에게 두기보다는 오히려 털어놓기의 대상이 자기 자신이 될 경우 더 안전하다.

자기표현적 글쓰기는 선교사가 자기의 문제를 타인이 아닌 자기에게 고백하는 것이며 동시에 성령의 도우심을 받는 영성지도의 한 과정이다. 이런 자기를 표현하는 글쓰기가 주는 유익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a. 자기의 재발견

우리가 하나님과 다른 사람들에게 유용한 사람이 되려면 우리 자신·기질·재능·강점과 약점에 대해 아는 것이 중요한데 자기표현적 글쓰기는 우리를 바로 보게 만들어준다. 왜냐하면 자기표현적 글쓰기는 우리의 생각·감정·꿈·하나님과 다른 사람과의 관계·재능·신념 등을 탐구할 수 있는 시간과 구조를 주기 때문이다. 그것은 또한 우리의 삶 안에서 활동하시는 하나님의 인도와 행위에 대한 인식을 증가시켜 준다.

최숙기에 따르면 자기표현적 글쓰기에 있어서 선교사는 주로 “내가 경험한 것이 무엇인지, 내가 경험을 통해 당시 느낀 바가 무엇인지, 지금 나는 그 경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이에 대해 기술한다. 그 과정에서 선교사는 자기의 존재를 형성한 삶의 배경과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게 되어 자기를 재발견하는 계기를 얻게 된다. 규칙적인 자기표현적 글쓰기는 삶의 소소한 일상의 다양한 전개를 통해 자기 자신을 정교화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낮은 자아존중감을 가지고 있는 선교사들의 경우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경험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교사들은 대인관계에서 오는 갈등의 원인이나 문제에 대한 인식을 하지 못한 채 사역에 집중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자기표현적 글쓰기를 하기 위해 구별해 놓은 시간만큼은 일상의 분주함을 뒤로 하는 의식적인 시간이 될 것이기에 성찰하지 못한 자기를 되돌아봄으로써 자신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된다. 

b. 감정의 순화와 관점의 전환

페니베커는 자기표현적 글쓰기의 일종인 감정적 글쓰기(emotional writing)를 소개한 바 있다. 그는 감정적 글쓰기가 자기표현적 글쓰기와 같이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기 위한 감정표현 글쓰기를 의미한다고 하였다. 그는 자기표현적 글쓰기가 필자의 심리적 외상의 경험(가족 구성원의 죽음, 부모님의 이혼, 성적인 심리적 외상, 육체적 학대 혹은 자신의 성격을 변화시켰던 다른 사건에 대한 경험)을 털어놓게 함으로써 신체적·정신적 건강효과를 가져왔다고 보았다.

우리 안에는 행복·분노·좌절·기쁨·질투·두려움·감사 등의 다양한 감정들이 존재한다. 건강한 그리스도인은 이러한 감정들을 인식하고 이것들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이러한 감정들이 우리들을 다스리게 되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게 하고 원하지 않는 것을 하도록 우리를 끌고 갈수도 있다. 특별히 분노나 좌절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에 대해 우리가 “그리스도인은 그런 식으로 느끼면 안돼!”라는 생각으로 이것들을 억압하려고 한다면 더욱 많은 정서적 위기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부정적 감정들을 표출할 수 있는 안전한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는데 이 역할을 영성일기가 할 수 있다고 본다. 즉, 영성일기 작성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이러한 분노를 표출하고 또 이를 통해 부정적 감정이 완화되면 이것은 긍정적인 관점도 갖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우리가 기쁨과 성취에 대해 쓸 때에는 긍정적인 힘을 갖도록 만들어주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갖게 한다.

c. 실제적인 문제 해결

이와 같이 영성일기는 하나님 안에서 나를 돌아보고 내안에 있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정화시켜주며 나 자신을 솔직히 바라보고 인정하는 가운데 새로운 문제해결 방법을 스스로 찾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매일 삶에 대한 영적 각성을 하게 하고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고자 결정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 영성일기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에 대한 자존감을 회복시켜 주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더욱 회복해가는 영적성장이 이루어지도록 도와주는 유익을 제공한다.

그러므로 영성일기를 규칙적이고 정기적으로 작성했을 때 선교사의 전인적 안녕을 이룰 수 있다. 웨슬리 역시 하나님이 주시는 은총의 수단이 무엇이든 그것을 정기적으로 사용하라고 권하고 있다.

수단없이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조심하십시오. 하나님은 물론 수단 없이 목적을 주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실 것이라고 생각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은혜를 베푸시는 일반적 통로(ordinary channels)로 주신 은총의 수단을 부지런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사용하십시오. 하나님의 은사를 받고 믿음을 증진시키기 위해 도움이 되는 그리고 합리적으로 생각해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나 성서가 가르쳐 준 모든 은혜의 수단을 사용하십시오. 그렇게 하므로 영적으로 성장하길 기대하십시오. 과거에도 그렇게 했고, 앞으로도 항상 그렇게 되는 것이 진리일 것입니다.

선교사가 수동적 관찰자가 아닌 적극적 참여자가 되어 의식성찰을 하게 되면 성령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그의 사건 속에서 역사하게 된다. 자기표현적 글쓰기를 하는 과정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실제로 만날 수 있고 그의 음성을 들을 수 있으며 과거 상처에 얽매였던 자기를 치유하고 회복시키는 능력도 경험할 수 있다. 이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직면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영성지도를 위한 자기표현적 글쓰기 치료를 통해 선교사의 실제적 영성지도자로 다가가게 된다.

-다음 연재: 자기표현적 글쓰기에 관한 이해

(본 연재는 본인의 논문을 정리한 것으로, 홈페이지의 기능적인 면에서 각주를 달 수 없기에 생략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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