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C-1-b. 저항

저항은 의식적으로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원하면서도 해결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부담감으로 인해 무의식중에 자기를 표현하거나 문제해결에 대한 노력을 피하려는 행동을 말한다. 이 저항은 비단 상담의 상황에서만 나타나는 행동이 아니라 대인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자기의 마음에 불편감을 가져다주는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이 자기로 하여금 무엇인가를 피하고 싶게 만드는 모든 것을 저항이라고 볼 수 있다. 상담의 상황에서는 상담자와 내담자가 적절한 라포(rapport)를 형성하여 내담자의 문제에 좀 더 깊이 들어가게 될 즈음에 찾아오는 생각들로서 자신의 문제를 깊이 다루어 해결하고 싶은 마음과 또 들춰내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동시에 드는 것이다. 의식적인 저항일 수도 있지만 무의식적인 저항일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런데 이 저항이 있는 곳에 본능(핵심역동)이 있다. 왜냐하면 문제가 되는 감정 영역에는 온 전력을 다해 막강한 힘으로 방어막을 많이 치고 있으며 바로 거기에 적의 사령부인 핵심역동, 즉 핵심감정과 방어기제가 있어서 해결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저항의 일차적 이유는 항상 불안이나 죄책감 또는 수치심 같은 고통스러운 감정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다시 말해 저항은 한 인간의 과거 생활에 관한 중요한 자료를 포괄하는 개념이므로 이 개념을 잘 이해하고 또 영성지도의 상황에서 잘 재현해나간다면 자기이해와 분석의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저항의 표현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침묵(silence)이다. 자기의 의식 속에 있던 이야기를 잘 풀어내던 사람이 어느 순간 자기의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는 것을 말한다. 해야 할 이야기가 갑자기 기억이 나지 않거나 순간적으로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 현상을 포함한다. 그런데 반대적 의미로의 침묵도 있을 수 있다. 침묵을 견디기 어려워 그 침묵을 깨는 것도 저항이다. 

둘째, 이야기를 편집(editing)하는 것이다. 진지한 자기 이야기를 논리적이고 구체적으로 잘 말하다가 갑자기 화제를 전환한다거나 이야기의 내용을 자기의 필요에 맞게 편집하게 된다. 

셋째, 이지화(intellectualization)이다. 이는 자기 스스로가 “내 핵심감정은 어린 시절의 인정욕구가 잘 충족되지 않은 것인데 그것이 자주 양가감정으로 표출된다.”고 말한다거나 “내가 이런 유형이므로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자기가 통찰을 얻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 역시 자기노출의 두려움에 의해 생겨나는 방어기제로서 자기를 보호하기 위한 지적인 움직임이다. 

넷째, 감정을 막연한 전문용어로 뭉뚱그리는 경우이다. 단순하게 ‘분노가 느껴진다’는 감정표현으로 해결되지 않는 갈등이나 힘든 감정이 있을 텐데, 이것을 구체화시키지 않는 것이다. 심층적으로 분노의 대상을 죽이고 싶다거나, 그 대상을 꼴보기 싫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감정을 지나치게 과장되게 표현한다거나 많이 우는 것 그리고 약속시간을 잘 지키지 않고 자주 변경하고 잊어버리는 것 역시 저항의 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선교사의 자기성찰을 위한 자기표현적 글쓰기에서는 이같은 저항을 세밀하게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 상담 상황에서는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 안에서 저항이 일어나고 그 저항을 민감하게 파악하고 긍정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저항을 다루는 것이지만 선교사의 자기표현적 글쓰기는 선교사 스스로가 이 부분을 발견해야 한다. 자기 이야기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하는 것과 동시에 그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 즉 하나의 특정한 사건이나 이야기 속에서 선교사가 그 당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를 다루어야만 한다. 선교사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피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지 않고 싶어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서술한 자기표현적 글쓰기를 다시 읽게 되면 다루지 않은 이야기들이 있을 수 있다. 특별히 저항을 다룰 때는 관찰자아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자기를 성찰하기 위한 글쓰기에서 다루는 저항의 개념에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의 두 가지가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저항이란 흐름을 방해하고 보다 많은 통찰을 방해하는 마음의 작용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한 사람이 자기의 인격을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긍정적인 심리기제의 표출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방어작용이 없다면 인간은–누구나-자신의 인격을 유지하고 살아갈 수 없다. 다시 말해 이러한 심리기제를 형성하는 이유는 내면 깊은 곳의 취약한 부분이 함부로 드러나거나 누군가로부터 침범당하지 않도록 늘 보호하고 평형을 유지시켜주는 무의식적인 면역체계 기능을 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 현재 내 모습에서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성숙하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같은 저항에 직면하여 어제까지의 나를 벗어나야 할 것이다. 이는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다. 거쳐 가야 하는 과정이 많기 때문이다. 

자기표현적 글쓰기 치료는 매일의 사건에서 발견되는 자기, 자기가 사용하는 방어기제, 그 방어기제 속에서 발견되는 자기의 핵심감정 그리고 몸부림치며 저항하는 또 다른 자기를 발견함으로서 성장과 성숙을 이루게 하는 과정이다. 이제는 자기를 표현하는 글쓰기로 어떻게 접근해가야 할지를 구체적으로 다루어보고자 한다.

-다음 연재: 자기표현적 글쓰기 치료의 접근 과정

(본 연재는 본인의 논문을 정리한 것으로, 홈페이지의 기능적인 면에서 각주를 달 수 없기에 생략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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