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C-2. 자기표현적 글쓰기 치료의 접근과정

Ⅲ-C-2-a. 발설과 수용과정

글쓰기에서 발설과정은 고백과 자기노출 기능이 있다. 첫째로, 고백은 자기 자신에 대한 진실을 고백하는 것으로 자기진단(self-diagnosis)을 위한 필수적인 기능이다. 이때 고백은 자신에 대하여 진정성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신뢰를 확증하는 과정으로서 새로운 정체성으로 이어지는 자기 재창조이다. 선교사는 솔직한 자기 고백에 대한 두려움과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진정성이 담긴 고백이 없이는 자기의 현상태를 올바르게 진단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자기 정체성을 명료화하지도 못한다. 선교사의 자기정체성에 대한 재발견은 궁극적으로 선교사 본연의 사역에 충실하고 또 건강한 사역자가 되기 위한 선교사 재교육의 한 차원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고백은 자기 진단과 발견을 위한 관문이다.

고백문화는 초대교회에서 시작되어 중세교회로 이어져 왔다. 근대 이후 고백은 자기 발견이라는 문제의식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루소의 고백록의 경우가 새로운 종류의 자기를 적극적으로 형성한 예이다. 하나의 고유한 개체로서의 자기를 심도 있게 성찰하여 ‘발견한 자기’를 글로 고백함으로써 읽는 이로 하여금 자기 고백적 글을 쓰도록 간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고백은 단순한 감정의 표출이나 독백과는 구분된다. 단순한 감정의 표출은 표현의도가 존재하지 않으며 독백은 청자를 의식하지 않으나 고백은 듣는 존재를 상정하고 있으며 상대방에게 자신의 진실을 전달한다는 분명한 표현의도를 가지고 있는 의식적인 표현방식이다. 본 논문에서 말하는 자기표현적 글쓰기는 글을 쓰는 이의 자기고백적 글쓰기임과 동시에 하나님과 나와의 은밀한 대화 공간으로의 고백 장소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표현적 글쓰기 안에는 자신의 속마음을 전달하고자 하는 대상이 담겨져 있고 분명한 의도 역시 가지고 있다.

또한 고백은 기독교인의 중요한 성장 요소 중 하나로 이것을 통하여 자신의 고통과 슬픔을 같이 나누는 것이다. 디트리히트 본회퍼(Dietrich Bonhoeffer)는 사람이 죄를 고백할 때 다른 사람의 실재 안에서 하나님의 현존을 경험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교사에게 있어서 고백은 항상 긍정적인 고백만을 하도록 강요되어온 기독교 문화 속에서 진실한 고백을 하지 못하게 하는, 오히려 ‘거짓 고백’을 양산한다. 하나님의 현존을 경험하는 고백이 아닌 하나님의 현존과 멀어지는 고백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선교사의 자기표현적 글쓰기는 의식적인 자기탐구를 일차적인 목표로 삼는 글쓰기 방식이고 동시에 무의식적인 자기고백을 목표로 하는 글쓰기이다. 이 자기고백적 글쓰기는 자유연상을 기반으로 한다. 이것은 심리학적으로 외상경험으로 생긴 병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기법이기도 하지만 영성지도를 위한 자기표현적 글쓰기 치료에서도 하루 동안의 삶에 대한 묵상과 성찰을 자유로운 형식으로 떠올려보는 과정을 거침으로 이 역시 자유연상에 그 기초를 둔 것이기도 하다. 과거를 회상해보는 것은 잊혀졌던 삶의 마디마디의 상처를 점검하여 그 상처의 깊이를 확인하고 필요한 약을 처방하여 치료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글쓰기 발설과정의 두 번째는 자기노출이다. 스탠즐(Franz K. Stanzel)에 의하면 이것은 자기비밀의 고백이다. 자신에 관한 사적인 정보를 자신과 타인에게 언어나 문자를 통하여 정보를 소통하는 과정과 행동이다. 이는 의식적으로 자신을 무의식세계에서 오는 충동들에 노출시키는 행위를 함으로써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는 과정이다. 진정한 자기노출 경험은 참 자기와 접촉할 수 있고 자신의 삶을 잘 이끌 수 있다. 언어적 유희로서의 자기노출은 자기노출과 동시에 자기노출이 아닐 수도 있다. ‘상담자와 내담자’라는 보이는 대상과의 일대일 관계 속에서의 자기노출이 아니라 보이지 않으나 분명히 존재하는 대상인 ‘하나님과 나’ 사이의 자기노출이기에 가능하다.

자기노출이 순기능으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자기노출을 시도하는 자가 정서를 가장하거나 지나치게 억제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인간은 누구나 쉽게 “솔직히 말해서”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 솔직함이 진정한 솔직함인지에 대한 진지한 되물음이 자기노출 앞에서 필요하다. 선교사라는 타이틀은 솔직함을 연습하기에는 그 문화가 너무 폐쇄적이다. 되도록 포장된 언어를 사용하여 부정을 긍정으로 바꾸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버린 그들은 지나치게 자신을 억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자기를 노출하는 것에 주저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자기노출을 대하는 자, 즉 영성지도자는 수용적이어야 하고 자기노출 하는 자, 즉 선교사를 이용할 의도가 없는 진실성이 지각되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하다. 이렇게 노출되는 메시지는 그 깊이가 깊고 사회적 요망도가 낮을수록 정서표출의 순기능이 높게 나타난다.

글쓰기 치료의 수용과정은 글을 쓰면서 문제점을 정리하고 결정을 심사숙고하며 새로운 관점으로 사물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 글쓰기 치료의 수용과정은 본질적으로 문제해결과정으로 끊임없이 목표를 설정하고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며 현재 상황을 평가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선교사가 경험한 모든 사건들은 하나의 연속성을 지닌 인생으로 묶여진다. 선교사 자신에게 발생한 사건과 그때의 나의 감정에서 한 걸음 물러나 그 당시 자기의 솔직한 감정을 기술하면서 자기를 정리해나가는 것이다.   

Ⅲ-C-2-b. 통찰과정

자신의 경험을 쓰는 과정에서는 감정을 정화시키게 되고 그 사건을 새롭게 통찰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인지적 자기이해 과정을 촉진한다. 감정정화(catharsis)라는 용어는 그리스어인 “Katharsis’로 ‘깨끗하게 하거나 정결하게 함’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카타르시스는 인지하지 못했던 자기의 과거 기억을 회상하면서 그 사건들과 관련된 감정이나 느낌을 다시 표현함으로써 완성된다. 

자기표현적 글쓰기 치료에 있어서 통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기본 조건은 무엇일까? 그것은 선교사 자신이 살아왔던 삶의 방식과 그로 인해 형성된 자기만의 내면관점이 있음을 인정함에 있다. 나의 존재에 대한 인정과 인식이 있은 후에 어떤 정화의 과정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통찰의 과정에서 자신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답이 나올 수도 있고 그래서 이전에는 무겁게 느껴졌던 과제가 더 이상 무거운 것이 아니며 오히려 가벼운 문제일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통찰을 위한 이 같은 정화과정은 선교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삶의 환경적 압력으로부터 무엇을 어떻게 느끼는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를 주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던 어떤 것에 충분히 덜 반사적이 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면 자신을 이끌던 과거를 내려놓고 새로운 창조적 반응을 위한 노력으로 자신의 에너지를 쏟을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글을 쓰는 주체인 선교사는 은폐되었던 자신의 경험이나 기억을 삶의 주체로서 조명하게 되고 참 자아(true ego)와 거짓 자아(false ego)를 분별하며 재해석하게 된다. 예컨대 자기표현적 글쓰기는 지면을 통한 자신과의 소통이며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통로로서 관계를 가진다. 자기 글쓰기 치료의 통찰은 “자기와 자기의 관계를 정비하는 필수적이 행위인데 이것은 내면화를 통해 자기와의 관계를 확립하고 자기 객관화를 통해 타인과의 관계를 확립하기 위한 성찰행위이다”. 글쓰기 치료는 정신적·육체적·정서적·영적으로 더 나은 건강과 행복을 위한 치료적인 목적으로 쓰여지는 것으로서 문제와 관심사 그리고 갈등 등을 명료화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글쓰기 치료는 글로 표현하는 순간 삶의 의미가 살아나며 전환점을 발견하게 하는 치료적 도구이다. 여기에는 글이 다 완성되었다는 결과보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경험되는 인식의 통찰을 성찰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자기표현적 글쓰기 치료의 과정을 통해 기술해나가는 자기의 단편적인 사건들의 집합은 결국 “나”라는 한 인간의 총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선교사를 위한 영성지도에 있어서의 자기표현적 글쓰기 치료라는 것은 선교사의 전인적 안녕을 위한 치료적 도구이다. 여기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 비단 영적인 성숙과 성장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자기 내면에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와 갈등 그리고 혼란 속에 잠재되어 있던 무의식 속의 나를 일깨우고 그것을 성령 안에서 건강하게 회복시켜 나가는 과정이다. 심리학적 용어를 사용하여 핵심감정을 명료화하고 단순히 해결중심의 심리상담이 아니라 하나님과 이웃과의 관계의 회복과 증진을 목표로 하는 목적이 있는 치료인 것이다.

그러므로 본 연구자가 제시하려 하는 자기표현적 글쓰기는 글쓰는 이의 솔직한 자기표현을 통해 변화의 과정을 형성하려 함이다. 이 같은 글쓰기는 선교사의 전인적 안녕을 증진시킬 뿐만 아니라 자기정체감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리하여 문제상황에 직면했을 때 내면의 정서들을 건강하게 풀어내어 자기 인식의 장을 열고 확장하여 성찰하게 함으로써 건강한 자기점검의 도구로서의 역할을 한다.

글쓰기 치료의 성찰단계로는 자기이해와 자기수용 과정이 있다. 첫 번째,  자기이해는 자신의 신체와 마음의 상태, 가치관과 자기의 행동과 대인관계에 대한 현실적인 이해를 포함한다.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가 부족할 때 부정적인 자아개념을 갖게 되며 자신감이 결여된다. 글쓰기를 통하여 개인은 자신이 어떤 일을 가치 있게 여기며 어떤 이유로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그런 행동이 앞으로의 대인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그리고 그 행동이 나의 진심을 반영한 모습인가를 돌아보고 반성하고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어 자신에 대해 책임감을 가진 개인으로 사고하게 된다. 그리고 자기가 타인과 다르면서도 독특한 가치를 지닌 존재임을 이해한다. 그것은 자존감을 높여주는 계기가 된다.

두 번째, 자기수용은 자기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느낌, 생각, 행동 등 여러 가지 현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책임지는 것을 말한다. 글쓰기는 자기에게 불리한 지각을 거부하는 자기 방어를 해제시킴으로 자신에 대하여 관조적인 위치에서 경험의 맥락이나 의미들을 관찰할 수 있게 하고 자신을 수용하게 해준다. 

자기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통찰의 과정을 통해서 선교사는 자기에게 솔직해지는 훈련을 하게 된다. 자기를 개방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내고 상대방을 신뢰하는 되는 것이다. 건강하게 자기를 개방함으로써 긍정적인 자아개념을 형성하고 타인과의 관계와 소통도 원활해진다.

모든 인간은 돌봄을 필요로 하고 선교사에게는 더욱 돌봄이 필요하다. 타문화권에서 타인을 위해 봉사하고 섬기는 행위는 선교사의 정체성을 규명해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동시에 간과하지 않아야 할 것은 선교사 자신의 안녕과 복지이다. 선교사가 자기의 내면을 고백하고 노출하는 과정을 통해 과거에 알지 못한 자기를 깊이 통찰하게 된다. 이 과정이 선교사의 안녕을 증진시키고 건강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가능케 하며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부르심에 합당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다음 연재: 선교사의 자기표현적 영성일기

(본 연재는 본인의 논문을 정리한 것으로, 홈페이지의 기능적인 면에서 각주를 달 수 없기에 생략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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