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 대한 수많은 비유들 중 “열처녀 비유(마 25:1-13)”는 우리에게 또 다른 메시지를 전해준다. 슬기로운 다섯 처녀는 혼인잔치가 열릴 때까지 태울 수 있을만큼의 기름이 있었고, 그래서 신랑이 왔을 때 그 기쁨에 참여할 수 있었다. 반면에 또 다른 다섯 처녀는 기름이 다 떨어져 혼인잔치에 참여할 수 없었다.

이 비유에 대한 가장 흔한 해석은 구원과 직결시키는 것이다. 여분의 기름을 가졌던 다섯 처녀는 예수님이 다시 오실 때 믿 음으로 구원받는 참된 그리스도인들을 대표하지만, 기름을 준비하지 못한 다섯 처녀는 천국잔치에 들어가지 못한 저주받은 그리스도인으로 해석된다. 왜냐하면 그들이 기름을 사러간 사이, 잔치 문이 닫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열처녀의 비유를 단순한 구원에 관한 비유로 바라볼 뿐만 아니라 동시에 거룩에 관한 이슈이기도 하다. 구원을 받느냐 못받느냐에 대한 질문을 넘어 어떻게 우리의 거룩을 지속시켜 나가야 하는냐에 대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다시 말하면, 구원은 우리의 행위나 믿음에 대한 태도로 받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통해 값없이 주신 선물이다. 또 열처녀의 비유에서는 영원한 형벌의 직접적인 증거가 없기 때문에 천국과 지옥이라는 문제에 직결시킬 수 없다. 성경에서는 그들이 “불못에 던져졌다(계 20:15)”고 말하지 않고 단지 혼인잔치가 열리는 문밖에 있었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비유에서 보면, 사람들이 혼인 잔치에 초대를 받았지만 신랑과 함께 그 즐거움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혼인잔치에 참여하지 못한 다섯 처녀는 정시에 시작한 혼인잔치에 늦었고, 이는 구원의 이슈를 넘어서 “왕의 왕, 주의 주”이신 예수님이 오실 때 혼인잔치에 온전히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며, 하나님의 상급을 받지 못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신약에서 기름은 성령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하며, 그리스도인들은 이 성령을 소멸치 말고 충만한 은혜 안에 지속적으로 거해야 한다. 그러므로 혼인잔치에 초대는 받았지만 기름이 부족해서 참여하지 못했다는 것은 구원은 받았으나 성령과 동행하는 삶의 힘이 약화된 것과 같다.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은 우리에게 구원을 가져다주고, 성령과 동행하는 삶은 우리를 거룩하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이러한 삶은 하늘의 상급을 보장해주며, 천국 잔치를 참여하여 전적으로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신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이 비유는 믿지 않는 이들에게는 구원에 관한 비유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성결한 삶, 즉 거룩에 관한 비유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구원받기 위해 매일매일 해야 하는 그 어떤 일도 없다. 왜냐하면 구원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거룩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할 뿐이다. 

분명한 것은 거룩할 삶이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갖게 되는 영구적인 영적 상태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거룩한 삶은 거룩한 순간들이 모여 이루어진다. 

마치 이와 같다. 밤비행기를 타고 공항에 도착해본 경험을 한 사람들은 먼 하늘에서 공항 활주로를 바라보면 활주로의 길이 직선처럼 보이는 불이 있고, 그 길을 따라 비행기는 안전하게 착륙하게 된다. 그런데 활주로에 인접해서 비행기가 착륙할 때 보면 그 불빛은 직선의 불빛이 아니라 하나하나의 작은 점같은 수많은 불빛이 일정 간격을 두고 줄을 서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 수많은 작은 불빛이 모이면 하나의 직선의 불빛이 되는 것처럼 우리의 거룩한 순간간순들이 모여 거룩한 삶이라는 항상성을 유지하게 된다.

모세가 떨기 나무 앞에서 하나님을 만났을 때 하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네 신을 벗으라. 네가 선 곳은 거룩한 곳이다(출 3:1-5)”. 모세가 하나님의 임재가 머무는 곳에 서 있을 때, 그곳은 거룩한 땅이 되었고, 그것이 그의 거룩한 순간이 되었다. 

기름을 준비한 슬기로운 다섯 처녀가 신랑이 왔을 때 그 불꽃을 꺼뜨리지 않은 것처럼, 우리 역시 거룩함 삶의 순간순간을 모아모아 주님의 잔치에 기쁨으로 참여할 수 있는 거룩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우리가 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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