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B. 영성지도에 관한 이해

선교사는 선교현장에서 늘 영적전쟁(Spiritual Warfare)을 하고 있다. 선교사가 무슨 사역을 하던지 또 어떤 모습으로 부름을 받던지 영적인 지도자임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선교사의 첫째 목표는 영혼구원이고 이것을 위하여 다른 사역들도 감당해낸다. 그렇기 때문에 선교사 돌봄에 있어서 영성지도는 그 어떤 돌봄보다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영성지도는 선교사의 영적 필요를 채우기 위한 영성훈련방법일 뿐만 아니라 선교사가 겪는 문제를 심리적으로 표현해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통로이며 하나님을 체험하는 기회이다.

예수회 신학자인 버나드 로너간(Bernard J. Lonergan)은 의식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여러 용법들 중에 한 용법으로 체험을 사용하였다. 보고, 듣고, 맛보고, 탐구하고, 판단하고, 결정하고, 표현하는 내적 활동은 객체(실재)를 향한 주체(체험자)의 의식적인 작용이다. 대표적인 영성지도의 전통인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관상기도(묵상기도)·침묵훈련은 주체자인 하나님의 인간을 향한 의식적 작용이기에 영성지도의 과정을 통해 하나님을 경험하게 된다.

이 영성지도가 선교사의 사역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영성지도는 만약 선교사가 사역과 삶의 길을 잃었다면 그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주고 혹은 처음 목표했던 길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면 다시 원래의 길로 복귀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안내표지판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본 절에서는 영성과 영성지도에 관한 전반적인 이해와 그 방법을 설명하고 선교사가 하나님을 어떻게 경험하느냐에 주목함으로써 하나님과의 영적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어떻게 주님과 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을 찾도록 도우며 그의 영적인 현상태에 대한 공동식별을 설명할 것이다. 아울러 영성지도가 지금 이 시대의 선교사에게 필요한 이유와 타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영성지도와 심리치료의 통합의 필요성을 고찰해보도록 하겠다

Ⅱ-B-1. 영성지도에 관한 이해

 a. 영성지도의 정의와 목적

영성지도(spiritual direction)를 설명하기에 앞서 영성에 대한 성서적 개념과 몇 가지 유사한 개념에 대한 정리를 먼저 하고자 한다.

“영성”이라는 단어는 기독교적 관점에서 볼 때 그 말의 어근이 되는 “영”이라는 낱말의 중요성을 먼저 인식하게 된다. “영”이라는 단어는 중요한 성서적 용어로서 성서의 원어인 히브리어 루아흐(ruah)와 헬라어 프뉴마(πνευμα)에서 나왔는데 그 뜻은 숨, 바람, 그리고 “영”이다. 하지만 루아흐나 프뉴마를 사람의 “영”으로 직역할 수 없는 것은 물질과 육체에 대합하는 것을 말하며 비물질적인 것을 나타낼 수도 있기에 이 루아흐가 하나님과 상호 결합될 때 “하나님의 음성의 숨”으로 파악된다. 그래서 숨과 음성의 이런 통일성이 하나님의 창조적 활동에 적용될 때 모든 사물은 하나님의 영과 말씀을 통해 생성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결국 “영”에 대한 구약성서의 단어들에 사전적 뜻은 하나님, 신들, 그리고 일반적으로 무형의 존재들 및 인간성 속에 내재된 신적인 요소를 가리키므로 구약에서의 영성은 인간 속에 내재된 하나님 요소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신약성서에서의 영성의 개념은 어떠한가? 

신약에서 하나님의 영은 하나님의 기름부음을 받은 자인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모든 창조 세계에 주어졌고, 예수는 그의 인격 안에서 그리고 그것을 통하여 매개된 성령의 구현 혹은 성령의 육화이다. 영은 육체적 생존과 양립할 수 있는 차원의 실체이기에 인간은 몸과 영과 혼(또는 영혼)과의 통일체이다. 그러므로 영성은 훨씬 더 전체론적이고 실체적인 의미를 지닌다. 여기에 바울의 가르침을 더하면 하나님의 영의 지배를 받는 사람을 영적인 사람이라고 하고 영성은 하나님과 영적인 친밀함을 누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우리가 흔하게 사용하고 있는 “영성”이라는 용어는 18, 19세기의 신비신학(Mystical Theology)과 수덕신학(Ascetical Theology)을 거쳐 20세기에 들어와 두 학문을 통합하여 하나의 “영성”으로 사용되었고 영성신학으로 발전되었다.

영성과 관련하여 살펴볼 또 다른 유사개념은 영성형성이다. 

영성형성(spiritual formation)은 믿음과 영성을 심화하기 위한 모든 시도와 수단과 교훈과 훈련을 포함하는 것으로서 보통 영성에 관해 언급할 때 일반적으로 이렇게 표현한다. 영성인도(spiritual guidance)는 사람들이 영성형성을 위해 도움과 보조와 관심과 지원을 받는 모든 상황에서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한 사람이 하나님과의 관계를 인격적으로 인식하는 일뿐 아니라 그 인식을 일상의 행위 속에서 역동적으로 살아 내는 일에도 적용된다. 이 영성인도가 다른 사람과의 정규적인 일대일 관계 속에서 일어날 때 그것을 영성지도라고 부른다.

즉 광의적 의미에서 영성지도란 한 사람의 크리스천이 다른 크리스천의 신앙생활 전반에 걸쳐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영적 성숙을 돕는 행위를 말하며 보통 영적 인도(spiritual guidance), 영적 우정(spiritual friendship), 영적 친구(soul friend), 멘토링(mentoring) 등과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여기서 “지도(direction)”의 개념은 문자적 의미의 지도나 지시가 아니라 방향에 그 초점을 맞춘 것으로 “영적인 방향으로 안내하다”라는 의미가 더 적합하다. 

이같은 영성지도에 관한 이해 안에서 다양한 학자들의 정의를 살펴볼 수 있다. 작은형제회 소속으로 로마 안토니아눔(Pontificium Athenaeum Antonianum)교수인 브루노 조르다니(Bruno Giordani)는 “충만한 그리스도교 생활을 열망하는 한 신자가 성성(聖性)에 이르기 위해 자신을 비추어 주고 지지해 주는 영적 도움을 받으며 하나님의 뜻을 식별할 수 있도록 지도를 받는다면 이것을 영성지도라 부를 수 있다”고 했다. 또 토머스 머튼(Tomas Merton)은 영성지도란 “지속적인 양성 과정이자 지도 과정이며 이를 통해서 그리스도인은 ‘특별한 성소를 깨닫고 힘을 얻게 되는데 이렇게 그리스도인들이 성령의 은총에 충실히 응답함으로써 자기 성소의 특별한 목적을 달성하고 하나님과 일치를 이루도록 돕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윌리엄 배리와 윌리엄 코널리(William A Barry & William J. Connolly)는 “영성지도란 어떤 개인으로 하여금 하나님께서 개인적으로 의사를 전달하시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이렇게 의사를 전달하시는 하나님께 응답하며, 하나님과의 친교를 깊게 하고, 그 관계에 바탕을 둔 삶을 살아가도록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도움”이라고 정의한다.

영성지도에 관한 정의는 학자마다 다양할 수 있지만 그 본질적 의미는 결국 그리스도인이 하나님의 거룩함과 완덕에 이르기 위하여 자라나는 과정에서 하나님의 뜻을 잘 분별하도록 지도를 받는 것을 영성지도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영성지도의 궁극적인 대상인 하나님과의 관계성, 즉 하나님과의 만남이 영성지도의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영성지도가 선교사 돌봄에 있어서 중요한 이유는 선교사는 자기돌봄에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그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바로 지도자의 지도와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자기를 성찰하고 좀 더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 안에서 성장하게 되며 이것이 사역의 성패를 결정짓게 된다. 

윌리엄 테일러(William Taylor)는 선교사가 자신의 사역을 중도에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선교사 개인의 문제, 대인관계의 문제, 그리고 하나님과의 관계의 문제로 이야기하고 있으며 결국 이 세 가지의 문제의 핵심은 관계의 문제로 종합해 볼 수 있다. 영성지도가 하나님과 개인의 관계성에 초점을 맞춘 성숙의 영성훈련이기에 선교사의 사역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이슈인 관계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영성지도만한 대안이 없다.

-다음 연재: 영성지도의 구성요소와 영성 지도

(본 연재는 본인의 논문을 정리한 것으로, 홈페이지의 기능적인 면에서 각주를 달 수 없기에 생략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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