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B-1. 영성지도에 관한 이해
Ⅱ-B-1-b. 영성지도의 구성 요소
영성지도에는 세 가지의 기본적인 구성 요소가 있다. 그 중 두 가지는 영성 지도자와 영성 수련자이다. 일반적인 심리치료가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 안에서 상담이 진행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영성지도에서는 이 두 사람과의 관계의 주도권을 가진 또 하나의 인격이 등장하는데 그것이 바로 세 번째 요소인 “성령”이다. 이 삼자관계(三者關係) 속에서 지도자는 수련자와 성령의 역동적 관계 요소를 이해하고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
영성지도의 핵심은 지도자가 수련자를 정기적으로 만나고 묵상기도(contemplative prayer)와 묵상생활(contemplative life)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삶의 매 순간 하나님의 부르심과 그 분의 뜻을 분별(discernment)하기 위하여 함께 마음을 열고 성령님의 역사하심을 의식하고자 하는 시간들로 이루어진다. 선교사의 영성지도에 있어서도 이같은 정기적인 만남을 필요로 하지만 그들의 물리적 상황은 정기적으로 얼굴을 대면하여 지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선교지와 영성지도자가 있는 곳 사이의 거리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성지도의 주도권은 성령께 있다고 앞서 언급했듯이 전지전능하시고 무소부재하시는 성령의 특성으로 인해 자기표현적 글쓰기와 같은 수단을 통해 자신만의 공간에서 충분히 영성지도가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영성지도에서는 지도자가 수련자의 어떤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내적으로 일어나는 영적 경험을 인식하게 하고 그것이 의미하고 있는 길을 찾아가도록 도와주며 각 개인에게 임하시는 성령의 역사를 감지하도록 돕기때문에 원거리 선교사의 돌봄에 적용할 수 있는 대안적 모델이 된다. 따라서 영성지도 관계 안에서는 수련자인 선교사와 영성지도자 그리고 성령이라는 세 가지 인격이 서로 상호작용함으로써 “자신의 삶 안에서 늘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신앙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표현하고 식별하게”하는 것이다. 따라서 영성지도자는 선교사와 하나님 사이의 관계를 새로이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먼저 다가오신 하나님과의 관계를 성장시키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영성지도의 방식과 관계없이 이것을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할 세 가지의 요소 즉 영성지도자와 영성수련자 그리고 성령만 있다면 하나님과 깊은 관계 형성은 어디서든 충분히 가능하다.
이와 같은 하나님 체험은 집회나 기도회를 통한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선교사의 생활 터전 어느 곳에서든 가능하다. 특별히 선교사가 자기표현적 글쓰기를 통해 영성지도를 받을 때 선교사는 자신의 생활 구석구석을 세밀하게 관찰하게 되고 자기를 둘러싼 사건이나 상황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하나님은 이미 선교사의 일상에서 그 분 자신을 계시하고 계신다. 그러므로 선교사의 과거 경험 속에 이미 함께 하셨던 하나님께 귀를 기울이는 의식적인 노력이 선교사의 상처를 인식하고 인정하고 새로운 하나님과의 관계 경험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보통의 그리스도인들이 알고 있는 일반적인 하나님 경험은 인간이 간절히 하나님을 갈망할 때 그분이 만나주신다는 것이다. 자기의 일상 속에서 함께 하셨던 하나님을 되새기며 삶의 일기를 새롭게 써나가는 훈련의 과정이 곧 영성지도의 과정이다.
Ⅱ-B-1-c. 영성지도자
지금까지 영성지도에 관한 정의와 목적을 살펴보고 그 구성요소로서 영성지도자와 수련자 그리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영성지도자의 역할의 중요성이 자연스럽게 인식되어진다. 구약 시대를 통틀어 이미 훌륭한 영성지도자들이 존재해 왔다. 그리고 예수의 나타나심으로 말미암아 당신보다 이미 앞서 등장한 지도자들의 모든 면이 통합되었다.
초기 교회 안에-동방이든 서방이든-매우 일찍부터 철저히 복음을 증거하고 살던 은수자들과 수덕자들이 나타나게 되었고 이들은 자연스럽게 자신들을 찾아 몰려드는 이들과 주변 사람들의 영성생활 지도자 내지는 스승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참된 영성지도자는 성령이시며 인간은 단지 그 협조인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영성지도자는 이 같은 겸손의 미덕을 갖추어야 한다. 자기의 학식과 지혜와 능력으로 선교사를 돕는 것이 아니라 오직 위로부터 내려오는 신령한 지혜와 하나님 체험으로만이 참된 영성의 길로 인도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결국 영성지도자의 역할은 협력이다. 사랑이시고 영원히 존재하시는 하나님의 영이 인도하시는 바로 그 방향을 발견하고 격려하기 위해서 수련을 받는 선교사와 성령과 함께 협력하는 것이다. 선교사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려할 때 영성지도자는 그 해답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수련자인 선교사가 스스로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자기를 발견하고 반응하는 과정을 돕는 자인 것이다. 그러므로 영성지도자는 선교사가 자신이 경험한 체험이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인지 혹은 악한 영으로부터 온 것인지 잘 식별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결정을 내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을 깊이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이자 공동식별자가 곧 영성지도자이다.
영적으로 성숙한 영성지도자는 자신 안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상태를 잘 인지하고 있는 사람으로 이런 지도자는 자신의 나약함과 부족함도 기꺼이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를 통해 선교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도전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그를 격려하고 이해한다.
또한 정서적으로 성숙한 영성지도자는 감정적 삶의 여러 요소들 간에 총체적으로 조화를 이루어 낼 뿐만 아니라 감정과 이성 사이에서도 적절한 균형을 이루어 낸다. 영성지도에서는 개별 사건과 감정을 분리함으로써 영성적 차원에서 자신을 객관화시킬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이 영성지도자는 영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성숙한 겸손의 사람으로서 선교사의 영성지도 과정에서 지혜롭게 식별하는 공동분별자이며 선교사로 하여금 자기를 깊게 통찰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이다.
-다음 연재: 영성지도의 전통, 렉시오 디비나
(본 연재는 본인의 논문을 정리한 것으로, 홈페이지의 기능적인 면에서 각주를 달 수 없기에 생략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