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A-1-b. 인문학적 접근으로서의 자기 성찰
인문학적 교양으로서의 자기 성찰적 글쓰기는 자신의 체험을 다양한 방식으로 바라보고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방향으로 모색되어야 한다. 특히 치유로서의 글쓰기라면 글쓰기가 치유를 목표로 삼는 것이 아니라 폭넓게 생각하고 생겨나는 의문들을 재고함으로써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효과가 치유이다.
자기를 표현하여 글을 쓰는 사람들은 각자 자기와 자기와의 관계, 자기와 타인과의 관계, 자기와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삶을 납득하게 되고 자신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여기에서 치유와 성장이 일어난다.
언어 속에서 드러나는 자신과 공감하고 나아가 세계와 교감하는 것이 자기 성찰적 글쓰기의 인문교양교육적 효과이고 이는 글쓰기의 자구적 치유라 할 수 있다. 선교사로 하여금 자기를 성찰하게 하는 글쓰기이기에 무엇보다 자기중심적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야기치료에서는 내담자로 하여금 자기의 문제 영역에 대해 글을 쓰게 함으로써 “자기문제의 전문가인 나”가 되게 한다.
더 과학적인 패러다임 안에서 글쓰기 치료를 할 경우 대표적인 것은 페니베커의 표현적 글쓰기이다. 그는 그의 책 『글쓰기 치료』에서 글쓰기 치료에 관한 그의 가설, 실험, 그리고 결과를 기술하였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연속적으로 3∼4일 동안 하루 한 번 최소한 1분에서 20분간 자신의 삶에 가장 크게 영향을 주고 있는 심리적 외상이나 스트레스에 대한 자신의 가장 깊은 내면의 생각과 감정들을 글로 표현하게 했다.
페니베커는 참여자들이 연속적으로 며칠 간 최소한의 시간을 내어 글쓰기를 지속하기를 권하면서 외상적 치료를 해나간다. 본 연구자가 다루고자 하는 의식성찰 역시 매일매일 최소한의 시간을 들여 자신의 삶을 되돌아봄으로써 자신의 삶에 강렬한 영향을 미쳤던 하루의 사건 혹은 감정의 흐름을 묵상하며 글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처럼 영성 일기 안에는 자기표현적 글쓰기 치료에서 담고자 하는 치료의 과정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삶의 과정일 때 더욱 효과적이다.
인간은 매일 삶의 터전에서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리고 가변적인 사건들이 종합된 ‘일상’이라는 텍스트(text) 공간 안에서 자기를 표현하게 된다. 특정 사건의 중심에 있는 “나”와 사건 밖에 있는 “나”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단순히 나의 감정과 그 안에 담긴 자기 내면을 성찰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핵심적 문제를 다루는 주체로서의 성령을 초대하여 몰랐던 자신을 읽어 내려가는 것이다. 자아를 읽는다는 것은 글쓰기 주체로서의 자아와 대상으로서의 자아 사이에 거리를 두고 자기를 성찰대상으로 삼아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는 행위이며 타인들과 공유하는 경험세계 속에서 자아의 위치를 확인하는 행위이다. 자기 혼자만의 경험세계가 아닌 타인과 함께 있는 경험세계를 텍스트의 공간으로 옮겨와 현 자아의 위치를 확인하되 과거의 ‘나’로 인해 형성된 지금의 ‘나’를 인식하는 것이 바로 자기표현적 글쓰기 작업이다.
과거는 그대로 재현되는 것이 아니라 자아가 성찰적으로 행하는 과거의 재해석을 통해 현재와 현재적 자아를 구성하고 나아가 미래의 자아로 태어나는 것이다. 자기표현적 글쓰기의 과정은 이미 경험된 과거의 자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체성을 가진 희망적 자기로 통찰되는 것이다.
-다음 연재: 철학적 접근으로서의 자기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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