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쉽지 않다”는 말은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본 말이 아닌가 싶다. 기독교인이든 비기독교이든 인간의 자연적 삶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삶에 대한 비애이다. 그렇지만 이런 고백을 한다고 해서 죄책감을 느끼거나 힘들어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영적인 의미에서 평화가 깨어진 죄악된 곳이기 때문에 삶의 모든 요소들이 사는게 쉽지 않다고 느끼게 만들고, 그로 인해 인생의 밑바닥까지 내려간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아주 사소한 실수를 했을 때 우리의 감정이 무너지며 화가 분출된다. 예를 들어, 스프레이로 페인트를 칠하다 너무 과하게 한곳에 집중해서 스프레이를 하다보면 페인트가 고루 퍼지지 않고 페인트가 흘러내리게 된다. 그럴 때, 우리는 화가 난다. 수개월동안 진행한 프로젝트의 마지막 작업인 페인트에서 모든 것을 망쳐버린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페인트칠로 인해 느끼는 실망감보다 더 복잡한 실패감은 주변사람과의 관계가 깨어졌을 때이다. 이혼은 깨어진 관계의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고,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이혼은 더 이상 특별한 소수의 경험이 아니라 일반적이고 보편화된 가정의 모습이다. 심지어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이라 할지라도 그 관계가 깨졌다고 느끼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정말 사는게 쉽지 않아 보인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건강상의 문제도 우리를 힘들게 만든다. 암진단, 심장병, 무릎이나 관절 이상, 혹은 더 심각한 질병들은 우리를 행복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그로 인해 두려움과 걱정이 생기고,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한탄하며 좌절하기도 하고, 몸을 마음대로 가누지 못한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답이 있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 사는게 힘들어요.”라고 고백할 때, 하나님의 해결책은 “동행”이다. 좌절하고 낙심한 일이 생길 때 깊이 숨을 한 번 내쉬어보고,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자. 누군가가 우리 옆에 있을 것이다. 하나님의 천사처럼 우리 옆에서 우리를 도와주려고 서 있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변함없는 하나님의 약속이다.
성경에서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의 이야기(눅 24:13-24)를 한번 생각해보자. 여기에 등장하는 두 제자는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 세상을 바꾸어보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고향을 떠나 예수님을 따랐다. 그런데 그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처형을 당했고, 자신들의 꿈과 목적은 온데간데 없어진 채 낙향하며 길을 걷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자신들의 처지를 비관하고 이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고민하며 처량한 걸음으로 예루살렘을 떠날 때, 낯선 한 사람이 이 두사람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이 낯선 사람과 대화를 나누던 이 두 사람의 눈이 열리고, 그분이 바로 예수님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들의 영적인 눈이 열리는 순간 그들의 좌절과 실패는 소망과 기대로 바뀌었고,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채 낙향하는 처량한 실패자의 모습에서 소망으로 가득찬 미래를 꿈꾸는 자로 변했다.
좋은 친구와의 동행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인 것 같다. 예수님은 교회를 세우시고, 성도들이 서로 영적 친구가 되어 인생의 동행자가 되어주길 원하신다. 우리가 속한 교회 공동체는 연약한 지체들과 함께 걸으며 그들을 격려하고, 위로하며, 때로는 그들의 슬픔과 아픔때문에 함께 울어줄 수 있는 친구가 되어야 한다. 좋은 아내이자 남편으로, 좋은 부모이자 자녀로, 좋은 친구이자 이웃으로, 좋은 조부모이자 손주로, 좋은 형제자매로, 그렇게 우리는 인생을 함께 걷는 동반자가 되어야 하고, 그것이야 말로 “사는게 쉽지 않는” 이 세상에서 “그래도 살만 해”라고 고백할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이다. “두 사람이 한 사람보다 나음은 그들이 수고함으로 좋은 상을 얻을 것임이라 혹시 그들이 넘어지면 하나가 그 동무를 붙들어 일으키려니와 홀로 있어 넘어지고 붙들어 일으킬 자가 없는 자에게는 화가 있으리라..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맞설 수 있나니 세 겹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전 4:9-12)”
삶에 실패와 좌절이 너무 많다고 느끼는 우리라면 더 이상 우리 스스로를 과신하지 말자. 물에 빠진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행동은 발버둥치는 것이 아니라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며 기다리는 것이다.
내 인생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우리라면 베드로의 이야기를 떠올려보자. 베드로는 우리 믿음의 삶의 모델이다. 믿음으로 물위를 걷다가 순간의 두려움으로 물에 빠졌을 때, 그는 “즉시” 소리치며 예수님을 불렀다. 그리고 예수님이 “즉시” 그의 손을 붙잡아 물에 빠지지 않게 구해주셨다. 이 모든 일은 즉각적으로 일어났다(마 14:22-33).
어떤 종류의 절망이나 위기가 우리에게 찾아온다 할지라도 우리가 이겨낼 수 있는 힘은 하나님의 말씀에서 주는 가르침일 것이고, 그 중 하나의 키워드는 “동행하는 동반자”가 될 것이다. 힘들 때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찾아보자. 그리고 때로는 우리가 누군가와 동행하는 그 사람이 되어주자.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은 하나님께서 우리와 동행해주신다. 그분을 나와 누군가의 관계의 중심에 모신다면 이 또한 깨어지지 않는 단단한 관계가 될 것이다.
2021.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