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사순절이 되면 교회에서 특별한 기도모임을 하곤 했다. 40일 특별 새벽기도회나 21일 다니엘 새벽기도회 같은 모임을 하면서 인류를 위해, 그리고 그 가운데 작은 티끝같은 나같은 존재를 위해 십자가에 피흘려 돌아가신 예수님을 기억하며 몸과 마음과 영을 겸비하는 시간이다. 특별히 나는 사순절이 되면 저녁 한 끼를 금식하며, 매 년 하나님께서 주시는 마음에 따라 특별한 기도제목을 가지고 기도했었다, 한국에서는.
미국에서 처음 맞는 사순절이다. 그리고 그 시작을 알리는 “재의 수요일”을 미국 교회의 방식으로 새롭게 경험하게 되었다. 전 날, Fat Tuesday도 재밌었지만, 오늘 드린 Ash Wednesday 역시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재의 수요일”은 사순절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이며, 40일동안 자신을 정결케 함으로 그리스도를 더 깊이 마음에 새기고 그분의 고난을 기억하는 시간임을 함께 기억하자는 의미로 예배를 드린다. 사실 그 동안은 이 날이 내게 특별하지 않았다. 그리고 예배를 가면서도 특별할 것이 없었다.
그런데 예배를 드리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그리고 이 세상에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나아가 그리스도인으로서 나의 존재와 가치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찬송도, 말씀도 내게 은혜 였지만, 말씀 후 목사님께서 성도들과 함께 “재의 수요일” 의식을 행하는 지점에서 잔잔한 감동이 찾아왔다. 성도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강대상 앞으로 나가면, 목사님은 종려나무 가지를 태워 만든 재를 손가락에 찍어 각 성도들의 이마에 십자가를 그려주며 이렇게 선포한다.
“From the Ash, you come, to the Ash, you will return.” “재로 부터 왔으니, 재로 돌아가리라.”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씩 다시 그 고백을 한다.
“From the Ash, you come, to the Ash, you will return.”
우리는 모두 흙으로 만들어졌다.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먼지처럼 눈에 보일 듯 말 듯한 미세한 존재일 뿐이다. 바람이 불면 먼지는 공기중에 흩어지고, 어느 누구도 흩어진 먼지를 찾을 수 없다. 우리는 이 먼지처럼 작은 존재이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인해 그 존재에 가치가 생기게 되었다. 하지만 때론 우리 스스로가 자신을 과대평가하며 ‘난 대단해. 나 정도면 괜찮지’로 생각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그러나 이 사순절 기간에 우리가 가져야할 마음의 태도는 겸손이란 생각이 든다.
하나님 앞에서의 겸손,
그리고
나를 대신하여 십자가를 지신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기를 고백하는 참된 의미의 겸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