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본인이 대학원 에서 박사과정(Th.D)을 공부할 때의 학위논문을 시리즈로 연재할 것이며, 국문초록을 시작으로 매 주 연재될 예정이다.

Ⅰ. 서론

A. 연구 목적 및 문제제기

현대인들의 대부분은 행복을 감각적 즐거움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감각적 쾌감을 제공하는 물질을 구입할 수 있는 화폐의 축적을 행복에 이르는 가장 확실한 길로 간주한다. 그 결과로 물질주의적이고 소비지향적인 삶의 방식을 추구하게 되었다. 이러한 삶의 방식은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물질을 둘러싼 사람들의 경쟁과 이에 따른 빈부격차를, 심리적 측면에서는 경쟁에서 낙오될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과 서로에 대한 비교의식의 심화 등을 초래하게 되었다. 현대인들이 직면한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간 존재와 행복에 관한 본질적인 질문을 해야 하고 또 이에 대해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과 반성만이 인간의 정신적 공허함을 극복하고 건강한 삶의 방향성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선교사들도 역시 경제적·심리적 위기를 겪고 있다. 선교사들 사이에서도 후원금의 빈부격차에 따라 생활여건이 다르고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선교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선교사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갈등과 경쟁이 존재한다. 각각의 선교사들은 자신들만의 리그(league)에서 낙오되지 않을까, 뒤처지진 않을까 또 실패하지는 않을까 두려워한다. 이는 그들 사이에 비교의식을 심화시키고 사역에 어려움을 가져오기도 한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의 근원에는 현상적인 문제에 직면하는 선교사 자신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분명하지 않은데서 찾을 수 있다.

인간은 삶의 여정에서 끊임없이 갈림길에 직면하며 그때마다 결단을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자신이 의식적일수록 더 많은 선택에 부딪치게 되며 더 많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더군다나 타문화권에서 선교사로서 무엇인가를 선택해야 하고 책임져야한다는 부담감은 결단 이상의 큰 무게감이다.

선교사들은 자신들이 겪고 있는 갈등과 긴급한 투쟁 그리고 영적침체를 극복하기 위하여 어떤 방식으로 지도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혼란이 있다. 근래에 들어서 심리상담이 보편화되어 있는 추세여서 실제로 상담실의 문을 두드리는 선교사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선교사들은 자신들의 문제에 관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또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갈등과 고통의 경험은 각자 다르고 상담자에 따라 그것에 대한 진단과 처방도 제각각이다. 그리고 백 퍼센트(100%)의 치유와 해결도 없다. 다만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조금 받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의 존재 자체를 재조명하고 규명해본다면 문제 해결에 대한 희망은 달라진다.

이제까지의 심리학은 인간의 표면의식, 즉 의식이 행동으로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연구하는 행동주의 심리학적 연구를 필두로 인간의 무의식 속에 갇혀 있는 상처에 대한 인지적 깨달음(cognitive awareness)이나 정서적 깨달음(emotional awareness)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연구, 그리고 인간의 잠재성과 능력개발 및 자아실현을 주장하며 인간의 의식을 마음과 육체의 전체적 차원으로 보는 건강 심리학을 주장하는 인본주의 심리학적 연구에 이르기까지 확장되었다. 나아가 의식의 근본과 출발점은 영적이며 이 영적인 차원을 포함할 때에만 인간을 전인적으로 이해하는 의식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본 연구자는 오랜 시간 동안 목회활동을 통해 기독교 영성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상담심리학을 공부하면서 하나님이 창조하신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고 하나님의 창조의 신비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상담심리학이 가지고 있는 한계, 즉 상담과 치유의 과정에서 온전한 치유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한계상황에 직면하면서 갈등하기 시작했다. 그때 기독교 영성신학을 접하고 영성지도를 구체적으로 배우게 되면서부터 궁극적인 해답을 찾게 되었다.

나아가 심리학에서 말하고 있는 인간에 대한 이해와 해석의 틀이 성령의 역사와 만났을 때 한 인간을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며 성숙에 이르게 한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었다. 상담과 심리학을 기독교 신학과 정반대의 길을 걷는 인본주의라고 규정하여 구별하기 보다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깊게 할 수 있는 도구로 선용한다면 자기인식의 지평을 넓혀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본 논문의 목적은 인간 이해, 특별히 선교사가 가지고 있는 전인적인 어려움을 심리학적 용어로 재해석하고 풀이함으로써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의 자기를 더 깊이 이해하는 데 있다.

본 논문은 일차적으로 타문화권에서 복음을 전하는 전도자를 선교사로 규정하여 원거리에 거주하는 그들의 정서적·심리적·영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도움으로서의 새로운 돌봄의 모델을 살펴보고자 한다. 선교사는 자기의 문제를 외부로 노출시키기 어려워한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고민을 필두로 하여 외부로 표출하기 이전에 자기 스스로를 점검하는 “자기주도적 돌봄(care)”으로서의 자기표현적 글쓰기 치료 모델의 가능성을 탐구하고자한다.

이러한 접근은 선교사를 위한 영성지도와 자기표현적 글쓰기 치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가능해진다. 선교사를 이해하되 일차적으로는 성서적·선교적으로 접근할 것이다. 또한 사회·심리적 접근을 해볼 것이다. 이는 선교사가 자기와 자기를 둘러싼 문제를 외부로 노출시키는데 가지고 있는 한계가 그들이 속한 집단이라는 사회적 상황과 심리적 부담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삶의 이야기를 말로 표하는 것보다 더욱 심층으로 삶과 경험을 해석하고 성찰하게 하며 자신을 더 깊게 만나고 아는 기회를 제공하여 자아성숙 및 주체 형성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 말하는 것이 우리 존재의 기반을 맴도는 것이라면 자전적 글쓰기는 우리가 높은 곳으로 치솟아 올라 새로운 풍경을 보면서 새로운 이해와 전망에 도달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정적인 치료기술의 하나인 글쓰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돕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가 묵상(meditation)이라는 사실이다. 이렇게 본다면 영성지도의 보편적인 방법인 묵상기도의 개념과 자기표현적 글쓰기 치료의 정적 방법으로서의 묵상의 의미는 그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더하여 기독교 역사 속에 면면히 이어져오는 영성지도의 핵심인 하나님 체험을 단순히 신비적 현상과 경험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기록으로 옮겨 성령의 임재를 경험케 하는 방식으로 의식성찰을 다루려고 한다.

이를 위하여 먼저 자기표현적 글쓰기 치료의 심리학적 배경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정신분석과 융(Carl G. Jung)의 분석심리 그리고 펄스(Fritz Perls)의 게슈탈트를 기본 구조로 하여 자기표현적 글쓰기 치료에서 다루어지는 심리적 언어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특별히 정신분석의 실제적 모형인 역동심리치료에서 다루는 핵심감정과 방어기제의 발견 그리고 저항에 대한 이해를 통해 자기발견을 하게 될 것이다. 비실존적인 삶이 “자신은 어떠어떠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개념에 집착하는 데 반해 실존적인 삶은 자기 자신의 존재를 실현시키는 데 목표를 둔다. 선교사가 보다 실존적인 삶을 산다는 것은 그의 존재를 다시 규명해보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선교사 케어”란 선교사가 가지고 있는 심리적·정신적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아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근원적인 문제의 해결을 통한 영적 성장과 성숙으로 이끈다는 뜻이기도 하다.

‘건강함’은 ‘온전함(whole)’을 담고 있고 이 온전함은 육체적·정신적·영적인 건강도 포괄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영혼구원과 돌봄의 사역을 하는 선교사에게 있어서 전인적 건강은 곧 하나님과의 건강한 관계를 말하기도 한다.

본 연구의 목적은 선교사 돌봄을 위한 도구로서 자기표현적 글쓰기 치료가 선교사의 전인적 회복과 성장을 위한 발판이자 예방적 차원의 돌봄 모델임을 알리고자 함이며, 특별히 사회·심리적인 특수성을 가진 그들의 상황을 고려한 맞춤대안으로서의 영성일기를 실제로 적용하는데 그 목표를 두고 있다. 

– 다음 연재: 선교사 돌봄에 관한 선행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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