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C. 자기표현적 글쓰기 치료의 요인

일반적으로 말하기는 어떤 특정 대상 앞에서 주어진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글쓰기는 즉흥적인 상황을 만나더라도 그것을 써내려가는 동안 의식이 정리되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자기를 말로 표현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자기표현적 글쓰기 치료가 심리적 안정감과 함께 정서적 안전감을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도구가 되고, 자기반성과 성장의 기회가 된다.

글쓰기는 내가 나 자신에게 다가가는 내면적 언어로서 이 언어는 자기발견과 발전에 깊은 관계가 있다. 인간은 자기에게 위기상황에 닥쳤을 때 무의식적으로 자기를 방어하게 된다. 선교사도 예외는 아니다. 외부의 압력이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성을 짓고 그 성안에서 스스로를 지키려고 하는 것이다. 

방어기제는 한 사람의 인격을 특징짓기 때문에 정신분석학의 시작과 동시에 계속적으로 연구되어온 영역이다. 빌헬름 라이히(Wilhelm Reich)는 신경증 환자들의 신체관찰에서 억압된 감정이나 기억에 대한 근육적 방어체계를 발견했으며 이를 근육갑옷(muscular armour) 혹은 성격갑옷(character armor)이라고 불렀다. 갑옷은 무장의 뜻으로 이것은 오랜 시간 고착되면 개인의 고유한 성격을 나타내는 방어체계이다. 그러므로 라이히는 근육갑옷의 해소 없이는 어떠한 정신치료도 시작할 수 없다고 생각했을 정도이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오랜 시간동안 내적 혹은 외적으로 위협을 받은 개개인은 자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자기를 둘러싼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방어기제를 꾸준히 발달시킨다.  

본 절에서는 자기보호와 자기방어를 이해하고 해석하려고 한다. 프로이트와 그 후대의 심리학자들이 밝혀낸 인간의 방어기제가 무엇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나타나는 저항이 무엇인지 또 그 의미는 무엇이며 해석은 무엇인지를 고찰하고자 한다.

Ⅲ-C-1. 자기표현적 글쓰기 치료의 방어기제와 저항

Ⅲ-C-1-a. 방어기제

인간은 본능적으로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를 한다. 그리고 자신을 방어하는 방식도 여러 가지이다. 방어기제는 인간이 이성적이고 직접적인 방법으로 불안을 통제할 수 없을 때에 무의식적이고 비현실적인 방법으로 붕괴의 위기에 처한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사고 및 행동수단을 일컫는다. 고전적 정신분석이론은 방어를 내담자가 자신의 억압된 이드 충동이 의식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보았다. 치료자는 자신이 내담자와 맺는 관계적 상황 속에서 내담자로 하여금 새로운 관계경험을 하게 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움을 주기 때문에 방어기제는 이를 위해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유아기의 자아는 너무 약해서 자신에게 부과되는 모든 요구를 통합하고 종합하지 못한다. 자아 방어는 부적응적 행동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채택되는 것이다. 자아가 합리적으로 불안을 감소시키는데 실패하면 다양한 방어기제들이 형성된다. 

방어기제의 대표적인 것으로 첫째, “억압(repression)”을 들 수 있다. 특히 죄책감이나 수치심, 또는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경험일수록 억압되기가 쉽다. 이 억압은 신경증의 기초이며 의식하기에는 너무나 고통스럽고 충격적이어서 무의식의 그늘 속으로 억눌러버리는 것을 말한다. 프로이트는 환자가 기억하거나 자각하고 싶지 않은 어떤 것을 무의식중에 의식 밖으로 몰아내는 것이라고 한다. 반면 의식적으로 생각과 느낌을 억눌러버리는 것은 억제(suppression)라고 한다. 선교사들이 가진 대표적인 방어기제가 이 억압과 억제이다. 

선교사들은 사회·문화적 특성상 자기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표출하려 하지 않고 억제한다. 의식적으로 억눌러서 외부로 표출되지 않게 한다. 자기노출과 동시에 그들의 사역과 후원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교사들은 스스로 감정을 억압하기 쉬운 대상들이다. 이들은 무의식적으로 억압되고 억제된 자기를 의식적으로 표현해내는 공간과 대상이 필요하다. 

두 번째 방어기제는 합리화(rationalization)로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그럴 듯하고 좋은 이유를 대서 교묘하게 포장하는 경우를 말한다. 합리화란 상실과 실패를 있는 그대로 바로 보지 못하고 변명을 하여 회피하는 것이다. 

세 번째 방어기제는 투사(projection)이다. 이는 자기가 원치 않는 원자아의 충동을 다른 사람에게 옮김으로써 자아를 보호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어떤 부인의 경우 불순한 성관계 충동을 억압하느라 그런 충동을 모두 남자에게 투사함으로써 그런 충동에 압도되는 자아를 보호할 수 있게 된다. 선교지에서 선교사들 사이에 갈등과 분쟁이 생겼을 때 서로가 상대에게 잘못을 전가시키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다른 선교사가 잘못했기 때문에 내가 그와 협력할 수 없는 것이고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오해를 했기 때문에 문제가 더 커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등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도리어 사태가 더욱 심각해진다. 자기를 성찰하지 않으면 투사시키는 자기를 발견하지 못하게 된다. 

네 번째 방어기제는 퇴행(regression)이다. 이것도 역시 원자아 충동에 압도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자아를 보호하는 데 흔히 쓰는 방법이다. 편안하고 행복했던 과거의 행동유형으로 회귀하려는 특성으로 인간발달 초기 단계는 개인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과도한 긴장이나 도전에 직면하게 되면 개인은 단순한 초기 단계의 행동, 예를 들면 미성숙하거나 부적절한 행동, 즉 운다거나, 오줌을 싼다거나, 손가락을 빠는 등 행동을 함으로써 현재의 위기를 모면하려 하는 것이다.

다섯 번째 방어기제인 반동형성(reaction formation)은 이렇다. 대개 사람들은 사귀는 인물에 대하여 양가감정(ambivalence)을 갖게 되는데, 이때 한쪽의 감정을 무의식층에 억압하고 다른 감정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부모, 자녀, 친구 기타 중요한 인물에게 보호온정을 극진히 표시하는 경우를 말한다. 위협적인 충동에 대처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그와 반대되는 행동을 하면서 이를 모면하는 경우이며 자기를 증오하는 사람에게 사랑의 가면을 쓰고 대하거나 싫어하는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동형성의 한 형태인 이타주의는 특히 선교사와 같은 종교성을 가진 대상들에게 잘 나타나는 방어기제이다. 갖고 싶고, 받고 싶고, 용납되고 싶은 본능이 충족되기를 포기하고 도리어 다른 사람에게 주고, 도와주고, 사랑해줌으로써 대리만족을 얻는 것이다. 섬기고, 나누고, 봉사하는 삶으로 대표되는 선교사들이 세밀하게 자신을 관찰하고 분석해야 할 방어기제 중 하나일 것이다. 

여섯 번째 방어기제인 고착(fixation)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두려울 때 현재의 상황과 단계에 그냥 머물러 버리는 것을 말한다. 어른다운 행동과 사고가 요구되는데도 그냥 아이의 언어습관을 사용하거나 아이의 행동 및 사고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태이다.

일곱 번째 방어기제는 동일시(identification)로서 남의 성격이나 역할을 모방하여 자기의 일부로 만들어 우월감이나 안정감을 가지려는 것이다. 이는 발달과정에서 반드시 나타나는 중요한 기제이기도 한데, 자녀는 동일시를 통해 부모를 닮게 되고 제자는 스승을 흉내 내면서 닮게 되기 때문이다.

여덟 번째 방어기제인 치환(displacement)은 전혀 무관한 대상에게 자신의 감정을 발산하는 것을 말한다. 즉, 불안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위협적인 대상을 보다 안전한 대상으로 바꾸는 것이다.

아홉 번째 다룰 방어기제는 현실부정(denial of reality)이다. 특히 이는 아주 심한 병리적 상태에서 나타나는데, 예컨대 뇌손상을 입고 지체마비가 된 사람은 그런 현실을 부인하려 한다. 그래서 설사 마비가 된 다리를 자기 눈으로 직접 보고도 그 사실을 부정하고 심지어 그것을 다른 사람의 다리라고 우겨대기도 한다. 이렇게 하여 자아는 마비라는 아주 불편한 상태에 직면하여 보호받는다. 말하자면 현실부정은 위험한 원자아의 욕구가 있다고 지적되는 외부자극을 의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억압형태라고 볼 수도 있다.

열 번째 방어기제는 격리(isolation)로서 고통스러운 생각에 결합되어 있는 감정을 의식에서 떼어 버리려는 것을 말한다. 열한 번째 방어기제인 취소(undoing)는 자신의 성적 혹은 적대적 욕구와 행동(상상 속의 행동도 포함)으로 인해서 어떤 대상에게 피해를 주었다고 무의식에서 느낄 때 그에게 준 피해를 취소하고 원상복귀하려는 것이다. 부정하게 번 돈의 일부를 자선사업에 쓰는 경우, 다이너마이트로 번 돈으로 노벨상을 만든 경우, 강박신경증 환자의 반복적 손 씻기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열두 번째 방어기제인 반전(reversal)은 다른 사람에 대한 실망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을 비난하는 경우, 다른 구성원의 잘못인데도 다 자기 잘못이라고 표현하는 경우나 의존 욕구를 타인을 보살피면서 대리만족하는 경우에도 해당한다. 열세 번째, 승화(sublimation)는 본능적인 에너지를 직접적인 성적 욕동이나 공격적 목적에 사용하지 않고 초자아에 의해 용인되고 문화적으로 적합한 것에 사용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원시적 수준의 병적 동일시로서 자신과 타인을 막연히 구분하는 중에 대상의 특질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내재화(introjection), 불안이나 긴장을 수반하는 불쾌한 상황이나 경험을 지적으로 객관화함으로써 정서적인 혼란상태에 빠지지 않고자 하는 이지화(intellectualization), 분리(isolation), 백일몽(day-dream), 취소(undoing), 분열(splitting), 대치(substitution), 승화(sublimation), 상징화(symbolization), 해리(dissociation), 그리고 유머(humor)등이 있다. 이 같은 방어기제를 아는 것은 자기 자신을 글로 표현할 때 글의 내용을 통해 자기가 사용하는 방어기제가 어떤 것인지를 인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기표현적 글쓰기는 강렬했던 자기의 경험을 자유연상에 따라 글을 쓰지만 자기반성적 일기와는 다르다. 이는 보다 분석적인 관점에서 자기를 관찰하는 과정이고 치료적 관점에서는 자기를 치료하는 과정이며 영적인 관점에서는 창조주와 나와의 관계를 더욱 곤고히 하고 창조된 본래의 나로의 회복과 성장의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세 가지의 관점을 지속적으로 견지하되 치료적 관점에서의 자기해석을 위해 방어기제를 이해해야 한다.

-다음 연재: 저항

(본 연재는 본인의 논문을 정리한 것으로, 홈페이지의 기능적인 면에서 각주를 달 수 없기에 생략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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