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C-1-a. 원거리 선교사의 돌봄

선교사의 정신적 고갈 문제는 외적인 것보다는 내적인 것에 의해 조절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은 우리가 하나님을 만나는 조용하고도 내적인 세계에서 발견될 것이다. 

내면세계의 자각과 개발의 필요성은 선교사, 즉 영성으로 살고 영성으로 사역하는 그들에게 있어서 단순히 외형적인 문제해결이 궁극적인 답이 될 수는 없다. 결국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그리고 그 깊음 안에서 영적으로 회복되고 성장해야만 궁극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선교사들에게 영성지도가 필요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문제해결이 목적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의 나의 존재를 발견하고 그 성령 안에서 온전해지는 것. 그러므로 선교사가 자기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세워지기 위해 도움을 주는 안내자가 절실히 필요하다. 영성지도자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원거리 선교사에 있어서 안내자와의 만남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자기 자신의 의식을 성찰하는 쓰기의 행위, 즉 자기표현적 글쓰기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성령의 일하심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선교사의 경우에 사회·문화적 위치상 “남들과는 달라야 한다” 혹은 “다른 그리스도인들보다 나아야 한다”는 인식을 요구받기에 자신들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기 어렵다. 이는 선교사라는 집단규범과 집단압력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이들은 자기중심적이거나 이기적이기도 힘들뿐더러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억제하고 절제하는 것이 선교사의 미덕이라고 믿기에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내 목소리를 잃은 채 살아가는 존재인 그들은 무력감을 느끼게 되고 좌절감과 동시에 자기 존재에 대한 자괴감까지 들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한 언어로 설명할 수 없을지라도 그들의 내면에는 고통과 힘듦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마음의 호소를 정작 마음에 묻고 살아간다. 그러므로 그 근원적인 문제의 해결을 미뤄둔 사건과 존재에 대한 인식의 과정이 필요하며 이것이 자기 통찰이다.

Ⅱ-C-1-b. 자기 노출(Self-disclosure)

(1) 자기노출의 개념

자기노출이란 다른 사람은 알지 못하는 개인적 감정·생각·느낌·문제·경험 등에 대해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상대방에게 드러내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님 앞에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때때로 하나님 앞에서 조차 솔직하지 못하고 가면을 쓰고 있지는 않는가. 자기표현적 글쓰기를 통한 자기노출은 과거에 자신이 경험한 심리적 외상에 직면하게 하는 지름길이기때문에 선교사의 돌봄을 위한 영성지도에서 반드시 이해해야 할 개념이다.

(2) 자기노출의 내용

에드윈(Edwin G. Scheiderer)은 자기노출을 ‘긍정적 자기노출’과 ‘부정적 자기노출’로 구분하였다. 긍정적 자기노출이란 타인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자신에 관한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성질의 진술, 즉 정서적으로 유쾌함·만족스러움·자랑스러움·속시원함 등을 의미한다. 반면 부정적 자기노출은 남에게 비난받을만하거나 수치스러운 사건과 바람직하지 못한 경험 및 자신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주위 환경에 대한 진술이다.

자기노출에서 감정처리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바울은 “형제들아 우리가 아시아에서 당한 환난을 너희가 모르기를 원하지 아니하노니 힘에 겹도록 심한 고난을 당하여 살 소망까지 끊어지고”(고후 1:8), “…우리 육체가 편하지 못하였고 사방으로 환난을 당하여 밖으로는 다툼이요 안으로는 두려움이었노라(고후 7:5-6).”고 하면서 갈등·두려움·우울 등 부정적 감정을 드러냈다.

(3) 자기노출의 효과

적절한 자기노출은 인간관계를 의미있는 관계로 발전시키는 원동력을 제공하게 되며 현대인이 직면하고 있는 인간소외나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나도록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자기노출은 인간의 가장 깊은 생각과 감정에 직면하는 것으로 자기노출과 치유는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자기노출의 효과는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에서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하나님 앞에서의 자기노출이야말로 선교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은밀하고 고통스러운 모든 어려움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척도라고 할 수 있다. 특별히 자기표현적 글쓰기 안에서의 자기노출은 오직 하나님과 나의 관계에서만 나눌 수 있는 있는 고백의 표현이기에 의식성찰기록지에 적혀지는 단어와 단어 사이, 문장과 문장 사이에는 하나님과 그의 진실한 사랑의 고백이 된다.

Ⅱ-C-1-c. 선교사의 자기 노출의 한계

글쓰기는 자기노출을 촉진시키는 방법 중에서도 실행하기가 용이하면서 공개의 위험이 적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특히 외상 경험은 타인에게 쉽게 드러낼 수 없는 매우 개인적이며 비밀스러운 부분이기 때문에 글쓰기가 유용한 치료도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글쓰기 고백이 심리적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는 최근에 국내에서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효과적인 자기노출은 내담자의 문제가 해결되고 회복되도록 작용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치료적 효과도 높다. 롤러 메이(Rollo R. May)는 자기노출을 상담의 중요한 부분으로 강조했고 마리아나 코레이(Marianne S. Corey)와 제럴드 코레이(Gerald Corey)도 자기노출을 상담에서 중요한 필수적인 요소라고 주장했다. 폴 코스비(Paul C. Cozby)는 자기노출을 하지 않으면 참다운 자신을 경험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으로부터 이해를 받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교사는 자기를 노출하는 것에 대한 걱정과 부담이 있다. 선교사는 당면한 자신의 문제를 노출시키기를 극도로 꺼리게 된다. 다시 말해 자기노출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심리치료는 본질적으로 내담자의 자아에 집중하는 과정이며 특별히 내담자가 드러내기 두려워하는 문제들에 집중하며 내담자가 숨기고 싶고 생각하기도 싫은 고통스러운 부분 또는 수치스러운 부분을 드러내도록 요구된다. 이러한 자기노출은 약하고, 부족하고, 아픈 내담자가 건강하고, 해박하고, 자신감 있는 상담자와 만난다는 비교된 만남이기 때문에 수치스럽다. 그리고 선교사에게도 이와 동일한 방해물이 있다.

선교사 자신의 수치스럽고 고통스러운 삶의 이야기를 상담자와 나누었을 때 그것이 타인에게 노출되거나 혹은 자신의 선교 사역을 후원하는 교회나 후원자에게 노출되었을 경우 자신의 문제가 선교후원금과 직결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선교사”라고 규정지어진 사회문화적 집단 속에서 소위 성공적으로 사역하는 건강하고 자신감 있는 다른 선교사들과 비교의식이 심화되기도 한다. 이는 더 큰 좌절과 우울감에 빠지기 쉽게 만든다. 이렇듯 선교사가 자기를 노출한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며 다양한 한계상황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자기노출을 한다고 했을 때 그 수위 조절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제한적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선교사의 사회·심리적 환경에서 기인한 것으로 그가 가진 한계를 인정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도전이 필요하다. 그리고 자기표현적 글쓰기는 글을 쓰는 행위로 그 목적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기노출의 한계를 가진 선교사에게 치유와 회복을 위한 가장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Ⅱ-C-1-d. 선교사의 자기 노출의 극복

대부분의 선교사들은 자신들이 부정적 정서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사고에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또 표현하지 않는 것이 더 영적이라는 표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정서가 믿음의 연약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약한 것을 더 강하다고 고백하는 사도 바울처럼 연약함이 우리의 힘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교사가 속한 영적 배경이 그들로 하여금 자기노출을 금기(禁忌)시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같은 선교사들의 생각은 “착한 아이 콤플렉스”와 유사하다.

본 연구자가 말하는 자기노출의 극복은 비단 어떤 대상과의 만남이나 대화를 통한 노출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인간관계 안에서의 자기 노출 이전에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직면하고 스스로 조차 바라보지 못했던 “나”를 바라봄으로서 하나님 앞에서 자기 자신을 노출시키자는 데 그 의미를 두는 것이다. 나아가 선교사 자신이 하나님과의 깊은 관계 안에 거하기 위한 도우미로서 존재하는 영성지도자에게도 더불어 자기노출을 할 수 있어야 함을 말하고 싶다. 

선교사 자신의 정신건강을 위하여, 하나님과의 건강한 관계 회복을 위하여, 나아가 속한 공동체의 수많은 주변인들과의 건강한 관계 형성 및 유지와 발전을 위하여 자신을 솔직하게 노출하는 의사소통 기술을 익힐 필요가 있다. 그 시작점으로서 자기표현적 글쓰기는 의식성찰의 과정이다. 비록 이 의식성찰이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것은 아니지만 오직 감찰하시는 하나님 앞에 벌거벗은 것처럼 자신을 솔직히 노출시키고 그로 인해 과거에 알지 못했던 나를 깊이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자기노출은 언어적 차원이지만 개인의 생각과 느낌, 감정을 털어놓음으로써 간접적으로 정화작용의 효과를 나타내어 정신건강 유지 및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다음 연재: 영성일기를 위한 자기표현적 글쓰기

(본 연재는 본인의 논문을 정리한 것으로, 홈페이지의 기능적인 면에서 각주를 달 수 없기에 생략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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